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누구나 추억의 노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나도 여러 노래가 떠오르는데, 아이유의 '팔레트'가 그중 하나다.
3년 전 여름, 현아와 두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다닐 적 즐겨 듣던 노래.
특유의 간드러진 음색과 멜로디가 좋아 수십 번이고 반복해서 틀곤 했다.
얼마 전에는 문득 이 노래가 다시 생각이 나서 찾아 듣게 됐는데,
신기하게도 예전과 달리 음색, 멜로디보다 가사가 그렇게 마음 깊이 와닿더라.
그냥 쉬운 게 좋고, 코린 음악이 좋고,
핫핑크보단 진한 보라색이 좋고, 짓궂은 장난들이 좋다는 그녀.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읊고는
스물다섯이 된 지금, 할 수 있다고, 나 진짜 괜찮다며, 이제 조금은 자신을 알 것 같다는 그녀.
어느덧 팔레트 속 그녀와 동갑이 되어버린 나는,
그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팠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노랫말처럼 나도 아직 날 알아가는 중이고,
그래도 전보다는 날 알고 있다고 느낀다.
최근에야 깨달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더라.
하늘 보기를 사랑하는 내게 높고 맑은 하늘로 가득한 이 계절은 참으로 아름답고 포근한 시간이다.
근데 그래서 가을을 잇는 겨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동안 가을이 오지 않을 걸 알아서, 옷을 껴입는 건 무척이나 답답하고 불편해서.
음.. 또 곽진언이라는 가수를 정말 좋아한다.
시 한 편을 연상케 하는 진심 어린 가사에, 잔잔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들을 때마다 심금을 울린다.
이건 비밀인데, 가끔 듣다가 눈가에 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아, 그리고 친구가 진짜 좋다.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실 사람에게 그리 의존하는 편은 아닌데, 어떻게 하는 줄도 잘 모르는데,
의지하는 건 좋아하고 또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요즘 부쩍 잦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어찌나 소중하고 즐거운지.
한편으론 친구와 헤어지고 오는 길 급격히 공허하고 센치해질 때가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고쳐야겠다. 의연하고 싶지만 아직은 어렵다.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
이렇게 고민하고 곱씹으며 날 한 인격체로서 열심히 알아가는 중이다.
더욱 친해지려고, 이해해 보려고 나름의 정성을 붓고 있다.
여지껏 나에 대해 무심해 왔던 것도 같다. 괜시리 미안할 만큼.
계속 다가가다 보면 내 팔레트 속 나만의 색깔들을 다 찾게 되려나?
그럼 그림도 더 잘 그릴 수 있겠지?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내가 그려온, 그려나갈 삶도 마찬가지고.
인생은 나에 대한 공부의 연속인가 보다.
쉽지야 않겠지마는, 기대가 되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