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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Nov 13. 2020

어른 뭐 별거 없네

근데 또 딥다 어렵네..

어제는 계리사 시험 준비로 당분간 세상과 단절하겠다던 친구와 다시 만났다. 거진 1년 만의 재회다. 얼굴을 보자마자 실성한 듯 웃는 그녀. 인생에 현타가 왔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공부론 뒤지는 법이 없던 이 친구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며, 자긴 "늦지랄"이 들었으니 우선 12월까지는 팽팽 놀 거라 했다. 나는 그러라고,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며 한껏 응원을 해주었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나는 날, 그리고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됐다. 아, 나도 좀 쉬고 싶긴 하다. 늦지랄까지는 안되어도, 게으름 한번 지겹도록 피워보고 싶네. 머릴 싹- 비우고, 숨을 푸욱- 내쉬고는 마치 갓 태어난 사람처럼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른 채, 돌아가는 거 알아야 되는지도 모른 채 한번 지내보고 싶어.




꿈 한 아름 안고 숨 가삐 달려와 어느덧 지금인데, 어른이란 게 생각보다 별게 없었다. (중2병 아니고, 반오십병 맞다ㅋ) 유치원 다닐 적, 어른이 된 날 상상하며 그림으로 그려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정확히 스물다섯 살의 날 그렸었는데. 도화지 속에 노오란 머리에, 삐딱 구두 신고, 주먹만 한 눈에 눈알만 한 진주 귀걸일 차고 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잘은 몰라도, 대충 '멋있는' 여성이 되어있겠지 하는 여섯 살 소녀의 바람이었겠지. 사소하고도 거창한.



얼떨결에 진짜 스물다섯 살을 먹어버린 나는 노란 머리는커녕 여지껏 탈색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단화나 운동화를 선호하고, 귀걸이 끼기도 거를 때가 잦은 다른 의미로 "쿨한" 여성이 되었다. 겉모습은 고사하고, 또각또각 내일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가기보다는, 지친 하루 끝에 터벅터벅 집으로 숨어 들어가곤 한다.

그저 집이 좋은 요즘이다. 집에서도 내 방 침대가 제일로 좋다. 익히 들어온 바대로 이불 밖은 과연 위험했던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프냐고? 씁.. 그냥, 어른 별거 없는 것 같고, 근데 또 딥다 어렵다고. (엉엉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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