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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Aug 18. 2020

손끝으로 세상을 보다, 2C3D


부모는 초음파 사진을 통해 태아를 처음 마주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이의 탄생과 성장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바로 시각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다. 이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한 브라질 출신 산부인과 의사 헤론 베르너(Dr. Heron Werner)는 3D 프린팅을 통해 태아와 시각장애 부모를 연결해주었다. GE 헬스케어(GE Healthcare)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구소에서 개발한 '초음파 사진을 모형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해당 솔루션을 경험한 한 부부는 모형을 통해 아이가 건강히 자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과 닮은 모습에 몹시 즐거워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이와 보다 실제적이고 강렬한 교감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달리하다


이처럼 우리에게 당연시되는 것들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애쓰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오렌 게바(Oren Geva)


그 선구자 중 한 명이 이스라엘 출신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industrial designer) 오렌 게바(Oren Geva)다. 그녀는 혁신과 미학의 융합이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소수자를 위한 디자인에 힘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카메라 ‘2C3D(To See, Three-D)'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2C3D 카메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카메라,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손끝으로 세상을 읽는 이들을 위해
'만질 수 있는 사진을 출력해내는 촉각 카메라'가 탄생했다.



#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얻다


2C3D의 작동원리는 ‘만지는 사진을 찍는 카메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 카메라처럼 피사체를 포착하고 촬영 버튼을 누르면, 특수 터치스크린의 촘촘한 3D 픽셀들이 높낮이를 달리해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사용자는 실제 접촉 없이 그 픽셀들을 만짐으로써 대상을 인식할 수 있다. ‘핀아트 장난감(pin toys)’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이 기기는 인체의 미묘한 곡선까지 표현해낼 만큼 정교한 묘사력을 자랑한다.



이와 더불어, 2C3D를 통해 구현된 3D 데이터를 본체에 저장할 수도 있다. 즉 카메라와 디지털 3D 앨범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셈이다. 덕분에 사용자는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보관해두었다가 언제든 다시 꺼내어볼 수 있다. 정지된 순간뿐 아니라 동적인 연속 장면도 저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진 및 비디오 촬영 기능을 갖춘 일반 카메라와 기능 면에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2C3D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얼마 전 개최된 아시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18(Asia Design Prize 2018)’에서 위너(Winner)를 수상했다. 혁신과 미학의 융합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평등을 실현하고자 한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나 개발 초기인 만큼 2C3D는 아쉽게도 콘셉트 디자인으로만 제작된 상태이며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 만약 본격적인 생산 및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시각 장애인들에게 훨씬 더 다채로운 세상을 선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태까지의 기술 개발은 절대적 다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수를 위한 기술개발도 발맞춰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오렌 게바의 2C3D와 같은 작품은 블루 오션을 형성한 좋은 선례가 되어줄 것이다.


기지 넘치는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꾼다. 당연시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를 향한 발걸음들이 한 데 모이면 소외된 이웃의 부름에 더욱 적극적으로 응답할 수 있으리라. '같이의 가치'를 품은 혁신으로 더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해본다.





위 글은 과거 에디터 활동 당시 작성한 글을 옮겨놓은 것으로 내용이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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