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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Jul 24. 2021

꽃기린, 지지 않는 꽃

그리고 지지 않을 나

생일이라고 여기저기서 선물을 받았다.

이제 우리도 몸 챙겨야 된다며 비타민도 받고, 잠시 놓고 있던 시를 다시 써보려 꿈틀대는 건 어찌 알고 시집도 받고, 맥북 산 거 티 좀 냈더니(ㅎ) 장비랑 액세서리도 받고 그랬다.

이 외에도 옷이며, 핸드크림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애정을 듬뿍 받은 하루였다.


하나같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선물들, 마음들!



개중엔 화분도 있었다. 작은 꽃기린 화분.

빨간 꽃들이 송송 나있는데 이 꽃들은 사계절 내내 피어있는 것이 특징이랬다.

부디 한 계절 한 계절 견디며 잘 살아내야 할 텐데.


별말 없이 받은 화분인데, 왜소해도 단단한 특유의 생존력 때문인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라는 꽃말 때문인지, 직접 듣지 않아도 선물을 건넨 이의 메시지가 들리는 듯했다.

꼭 한 장 빼곡히 채운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연락이 닿을 때면 근황을 전하고, 그러다 고민을 나누고, 그러면 한 없이 응원을 해주곤 했다. 그 응원들을 한데 모아 이번엔 내가 스스로 키울 수 있는 화분으로 준 것만 같았다.


나는 흙 속 고이 숨은 뿌리 끝자락에서부터,

모든 선택은 네 몫이지만 또 결국 넌 해낼 거라는 단호하고 희망 어린 목소리를 들었다.



테이블 위에 화분을 두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목소리가 다시금 가슴에 울려 퍼졌다.


왠지 모를 책임감과 긍정 에너지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맘은 여전히 무거운데, 지금 이 순간 그 무거움이 싫지 않았다.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꽃 가꾸듯 나도 아껴보자고 생각했다.

결국엔 피어오를 꽃이니까,

찬찬히 개화의 날을 기대하며 햇볕도 쐬고, 물도 주고, 양분도 보충하면서 맘껏 성숙하자고, 행복하자고 다짐했다.


꽃기린과 닮아서,

'결코 지지 않을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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