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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Apr 27. 2021

새로운 공간, 새로운 가치

사회를 혁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공간 창출을 통한 사회혁신이다. 이는 낡고 버려진 공간을 재탄생시켜 새로운 의미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새 공간으로 새 가치를 일궈낸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San Pedro Creek Culture Park', 자연에 화합의 의미를 더하다



미국 텍사스 주의 샌안토니오 강을 마주 보고 흐르는 산페드로 크릭은 한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물줄기에 불과했다. 이 물줄기는 오랫동안 인근 지역사회의 배수로 역할을 했으며, 라틴계 주민 대다수를 소수의 백인 부유층과 분리시켰다.


그러던 2013년의 어느 날, 샌안토니오 내 시 및 군 공무원들은 산페드로 크릭을 구별의 장벽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로 바꾸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샌안토니오 시와 베어 카운티, 샌안토니오 강변개발공사(SARA)가 뭉쳤다. 그리고 이들의 협업과 그 취지를 지지하는 투자자들로부터 1억 2천 5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이 모였다. 이것이 ‘산페드로 크릭 문화공원(San Pedro Creek Culture Park)’의 시작이다.



산페드로 크릭 문화공원은 총 네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첫 번째 구역은 세 개의 세그먼트로 다시 나눠진다. 지난 5월 5일은 북부 산타로사 거리에서 휴스턴 거리까지에 해당하는 제1구역의 첫 번째 세그먼트가 대중에게 공개된 날이다. 도시의 역사와 라틴 아메리카 사회를 반영하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홍수 완화와 수질 향상에 도움이 될 토종 식물과 조경, 그리고 도시 문화 공유를 위한 역동적인 나눔의 장이 다채로움을 더했다. 공원은 온갖 곳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현재는 휴스턴 거리에서 누에바 거리까지의 두 번째 세그먼트가 뒤이어 공사 중이다.



텍사스 소재 디자인 회사 ‘무뇨즈앤컴퍼니(Muñoz and Company)’의 대표이자 산페드로 크릭 문화공원의 디자이너인 샌 안토니오 출신의 헨리 무냐즈(Henry R. Muñoz III)는 도시의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이 공간이 가지는 문화 연계 측면에서의 가치를 거듭 강조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산페드로 크릭 문화공원이 라틴계와 앵글로 커뮤니티의 공통된 가치, 역사, 미래를 기리고 하나 되도록 하는 국가적 상징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설명했다. 그리고 공원 안에서의 모든 문화적 표현과 통합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 '서울로 7017', 철거 위기 고가의 변신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서울역 고가 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 확산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시작입니다.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는 상판 노후화로 2006년 12월, 정밀안전진단 안전성 평가 D등급을 판정받아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다른 활용방안과 그에 대한 시민 참여 타당성 검토 과정을 거쳐 서울시는 2015년 1월, 고가 도로를 자동찻길에서 사람길로 바꾸는 대안을 내놓는다. 이름하여 ‘서울역 7017 프로젝트’다. 이는 안정성 문제 원인이 하중임을 고려한 결과다. '서울역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진 고가가 2017년,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지닌다.



야심 찬 계획에 따른 기대와 달리 개장 초기에는 "실망스럽다"는 혹평도 있었다. 부실한 환경과 관리 탓이다. 이에 따라 보행길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자원봉사자도 함께 두 팔을 걷어붙였다. 작년 5월 20일 개장 이후 1년이 막 지난 지금까지 약 8,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총 2만 시간가량 봉사했다. 수많은 이들의 손길로 서울로는 어느새 다양한 동·식물이 가득한 생태 공간으로 거듭났다. 도보 이용을 장려하며 교통대란 완화에 기여한 사실은 이 길이 갖는 자연주의 가치를 더한다.



남대문시장, 명동, 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사람길로 연결하는 이 길은 서울역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큐레이팅, 버스킹,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열리며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평일 평균 2만 명, 주말 평균 3만 명이 꾸준히 찾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다. 국제적 관광 명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근 남대문시장 방문객도 20% 정도 증가했다.



외면받던 장벽이 공원이라는 화합의 장으로, 철거 위기의 고가가 '사람' 중심의 보행길로 탈바꿈했다.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바뀌었다.


공간 혁신이라고 꼭 먼 데 있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버려진 공터를 꽃밭으로 만드는 사회운동의 일종으로 2004년, 리처드 레이놀즈(Richard Reynolds)라는 한 영국인 청년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전 세계 3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갔다. 작은 날갯짓이 일으킨 거대한 바람이다. 이렇듯 사회혁신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다만, 기회를 발견하고 고민을 통해 행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위 글은 과거 에디터 활동 당시 작성한 글을 옮겨놓은 것으로 내용이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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