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로의 탑승

도시브랜딩 연작 ① - 오라이~

by 이강훈

서울의 <2040 도시기본계획>에는 아이디어와 노고가 엿보인다.

용도 지역의 틀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충분히 주목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개념인 <공간구상도>에 있는 핀테크, AI 등 단어들이

너무 쉽게 적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 하나에 대한 지나친 트집일 수 있지만, 반대로 단어 하나만 문제 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서비스·산업 구조를 말하지,

금융공간과 기술산업단지 사이에 “끼어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핀테크는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그걸 공간 이름으로 붙이는 순간, 개념은 흐려지고

기획은 방향을 잃는다


즉,

금융공간 + 기술산업단지 = 핀테크 공간

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전의 계획인 <서울 비전 2030>에도 있었던 단어라거나

서울 핀테크랩 건물도 있으니 공간개념일 수 있다는 변명이 뒤따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의도는 금융이니까 금융축(軸), 상암은 방송국 있으니 미디어축이라 할 정도면

2040 기본계획이라기보다는 7080 기본계획이 더 어울릴 듯하다.


이건 기능의 결합 개념을 입지의 혼합으로 오해한 결과다.


이런 오류는 핀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채, 말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공간에 갖다 붙일 때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스마트시티
ICT 기술을 적용한 도시 운영 체계인데,
실제로는 센서 몇 개 달고 앱 하나 붙인 신도시를 스마트시티라 부른다.
기술은 수단인데, 도시 유형처럼 소비된다.


문화산업단지
콘텐츠 생산·유통 산업을 말하지만,
공연장·미술관 몇 개 모아 놓은 문화시설 집합을 그렇게 부른다.
산업과 시설을 혼동한 전형적 사례다.


혁신공간

혁신은 프로세스와 구조의 문제인데,
결과적으로는 임대형 사무공간이나 코워킹스페이스를 의미하게 된다.


복합문화공간
기능의 ‘복합’이 아니라
카페 + 전시 + 굿즈샵의 공식처럼 굳어버린 용어가 됐다.

특히, 나도 아끼는 공간이고 단어지만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로 전락했다.


이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추상 개념인 산업·전략 용어가 그대로 물리적 공간 명칭으로 오역되는 과정이다.

아니면, 오역을 감내한 브랜딩의 결과로 봐야 할지...

도시는 단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어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개념이 먼저고, 구조가 그다음이며,
공간은 그 결과로 드러나야 한다.

좋아 보이는 말을 쓰는 것과
정확한 말을 쓰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도시 기획에서 이 차이를 무시하는 순간,
공간에 대한 설명은 되지만 설득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지역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가 어디 존재하는 장소 이름인 것처럼

메타버스 공간의 조성이나 메타버스 구축 등이 프로젝트가 되지 않고,

한번 더 충분히 정책적으로 고려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소한 사항이지만,

작은 사례를 시작으로 잠시 소요(逍遙)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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