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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Nov 23. 2017

STUPID, BUT IT’S GREAT

김태연의 귀

2017년을 두 달 남짓 남기고, 사회적인 분위기는 ‘불황’. 그리고 영수증을 통해 개인의 소비패턴을 절약의 아이콘이 된 개그맨이 분석해주는 팟캐스트가 공중파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언제나 그래 왔지만 모두가 ‘돈’에 대한 관심의 ‘날’이 날카롭게 서있는 것만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남들처럼 한 해를 돌아보았다. 깔끔하게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탕진했고, ‘먼슬리’로 빠져나가는 대출금 a.k.a 모기지. 먹고 마시는 것은 생존과 유희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포기하지 못하고 입는 것을 정리해볼 생각으로 옷장을 열었다. 그렇지. 요즘 대세는 미니멀리스트. 1년이 넘게 손을 대지 않은 옷들은 바로 수거함으로 직행. 평생 옷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 하에(직업 특성상 얻어 입는 경우도 많고, ‘패셔니스타’ 따위 관심 없기 때문에) 한층 미니멀해진 옷장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역시, 버리지 못하는 옷들이 있다. 20대 초반, 통기타를 들고 어눌한 랩을 하던 ‘벡’이 좋아 당시 밴드들의 티셔츠(이하 락티)를 취급하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베이지색 티셔츠.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샀는데 이제는 알맞게 몸에 맞는다. 겨드랑이 부분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난 구멍은 남들이 뭐래도 제대로 ‘빈티지’다. 물론 내한공연 때 착용해, 관객으로서 감동은 배가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티셔츠 헤븐’, ‘아이웨어 뮤직’. 밴드들의 머천다이징 제품을 취급하던 웹사이트다. 얼마 전, 뮤지션들이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곡당 5원도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재 상황, 그리고 또 <레코드페어>와 함께 뮤지션들의 <머천다이즈 페어 Vol.0>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직 미미하지만, 몇몇 제품들이‘솔드아웃’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은 어느 정도 시장의 수익의 다양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정 뮤지션의 음악을 틀어놓고 내린 드립 커피는 조금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생각되지만, 그 정도의 ‘팬덤’이라면 암울했던 신에 한줄기 큰 빛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음악)에 돈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담긴 물건(머천다이즈 제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익구조와 재미를 창출해나가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다. 사람은 손에 뭔가 쥐고 싶어 하는 본능을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그 본능에 충실함을 만족시켜주면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 것처럼 좋아하는 뮤지션의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보러 가고, 음악을 듣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 물론, 입고 싶은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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