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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Jan 22. 2018

어안이 벙벙한 이유

김태연의 눈

@넷플릭스 <블릭 미러> 시즌 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4를 보고.

* 다소 스포일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길.


넷플릭스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 순간 볼 게 없다. ‘정주행’ 속도와 새로운 에피소드 공개 속도가 평행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허무한 순간이 오게 된다. 심지어 아껴 본다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 가장 기다렸던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 미러>는 정말 가까운 미래를 그린 영국 드라마다. 디지털 세상을 제대로 꼬집고, 정말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다. 어쩌면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날 자정,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다. <스타트렉>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SF영화의 느낌으로 시작되었고, 게임중독에 심각성을 담고 있었다. ‘맷 데이먼’인 줄 알았던 주연배우가 커스틴 던스트와 스캔들이 났던 ‘제시 플리먼스’였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깜놀’은 계속되었다. 주인공이 만들어낸 게임 속 세상에 복제된 존재라는 소재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복제인간’이라는 수많은 SF 영화에서 흔하게 써왔던 소재를 가상현실 게임 안으로집어넣다니. 그리고 그들이 현실세계에 있는 게이머, 즉 그들을 만들어낸 신과 같은 존재에게 반란을 꿈꾼다. 감독과 작가 모두 요즘 흔하게 쓰는 표현으로, ‘약 빤’ 감각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블랙홀 이론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게 된 주인공. 얼마 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거래 도중 일종의 계좌번호와 같은 정보를 잘못 입력해 손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우주라고 가정한다면, 잘못 송금된 금액의 가치는 누군가에게 입금되었을 수 있지만, 만약 그 정보가 누구의 것도 아니라면 블랙홀에 빠져 영원히 헤매고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가상현실 체험방(VR방)에 가보면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깜짝 놀라거나 ‘허우적’ 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해서 완벽한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뇌와 신경을 연결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 전원을 끄지 않는다면 그 가상현실 속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크놀로지 가인 간을 배신하고 전쟁이 시작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정말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방심을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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