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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Aug 04. 2017

NETFLIX GORE

넷플릭스에게 고한다.

뒷북이다. 수많은 매거진에서 넷플릭스 채널의 볼만한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했고, 검색만 해도 정보가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딱 세 가지다. 일단, 첫 번째는 넷플릭스 코리아에게 하는 작은 부탁이다. (모든 영화 배급사에서 원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부탁이기도 하다.). ‘원제’를 훼손하지 말고 놔둬라. <Stranger Things>를 <기묘한 이야기>로 바꾼 담당자에게 고한다. 물론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가 ‘기묘’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스트레인저 띵스’의 발음이 힘들어서였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바꿔놓았으면 좋겠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정말 그대로 ‘직역’을 해놓았다. 훌륭하다. 무조건 한글 제목을 붙여야 한다는 규율이 있는 것일까? 에디터가 담당자였다면 촛불을 켜고 시위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노고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번역 실력 역시 비교될 대상도 아니다. <보 잭 홀스맨>과 같은 전혀 다른 정서의 ‘말장난’이 난무하는 드라마의 자막은 사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글과 알파벳의 말장난을 적절한 의미와 단어로 거의 재구성할 정도다. 다만, 한넷 플릭스 고어의 귀여운 불평 정도로 봐주면 되겠다. <지정 생존자> 도원제 그대로 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과 <하우스 오브 카드>를 <카드의 집>으로 바꾸지 않은 고마움을 전하는 바이다. 두 번째는 <OA>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일단 첫 회부터 들었다. ‘감동적인 휴머니즘을 다룬 이야기인가?’하는 순간, ‘스릴러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니 ‘우주’로 갔다. 보통 ‘우주로 갔다’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일컫지만, 이 드라마의 본질의 내용은 현실을 넘어 ‘우주’에 있다. 여기저기서 개인적인 해석과 스포일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마감기간 밤에도 졸면서 ‘정주행’ 중이다. 맞다! 두 번째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드라마 추천이었다. ‘독설’을 즐기는 지인이 <OA>에 대한 극찬을 했길래 시작했다가,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완결되었다. 넷플릭스 고어들에게 완결된 드라마를‘정주행’하는 재미는 마치 숨겨놓은 맛있는 음식을 몰래 먹으며 양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는 아이러니한 마음과 같다. 완결되지 않은 드라마를 보다가 모든 에피소드를 소화해낸 후 허망하게 3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가끔 시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정 생존자>가 대표적인 예다. 혹시나 이런 시련이 두려운 넷플릭스를 이제 접하는 사람이라면, 두 시즌 정도가 완결된 <하우스 오브 카드>나 <나르코스>를 추천한다. 혹은 에피소드마다 연결되지 않는 옴니버스 형식의 <블랙 미러>를 꼭 보길. 이 드라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당신에게 최소한 두 번 정도 소름 돋는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가까운 미래에 저런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는 순간과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발견했을 때, 이미 그런 세상이 도래했음을 스스로 자각하면서 소름이 돋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넷플릭스에 고하고 싶은 말은 ‘고맙습니다’이다. 덕분에 일방적으로 제공되던 공중파 TV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볼 수 있는 넷플릭스 덕에 다크서클이 진해져서 너무 고맙다. 


*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만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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