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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Aug 04. 2017

GOODBYE CH1969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또 없어질 뻔.

연남동 채널1969

채널1969(이후 육구)가 처음 생길 당시, 상수역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길목은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카페, 수제버거 등 홍대 앞 놀이터를 중심으로 포화상태를 이룬 상권이 조금씩 커진 것이다. 두 번 언급하면 입이 아플 그놈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던 홍대 앞을 하나의 거대한 상업지구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없어지기 시작한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 육구는 카페의 모습이었다가, 작은 책방의 모습을 하기도 했다. 위치상 조금 외졌다고 느껴졌던 시절도 금방 지나갔다. ‘핫’한 클럽 브라운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가는 곳으로 알려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풍기기 시작했다. 버티다 보니 그렇게 된 셈. 건물주와의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고 당연히 없어지겠거니 했지만, 묵묵히 아니 오히려 ‘시끌벅적’ 하게 잘 버텨내고 있었다. 솔직히 발걸음이 뜸했다. 잘 버텨낼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주인장들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공간들과 함께 사라지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웬걸. 육구의 이전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들었다.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대출신청을 했던 것이 무사히 심사를 통과한 것. 그리고 타이밍 좋게 연남동의 어느 공간을 적절하게 계약했고, 잔금까지 치렀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계획 없이 방문한 육구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늦게 간지라 디제잉이 한창이었는데, 브라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플로어가 넓어져 있었고 아는 사람 일색이던 손님들도 처음 보는 사람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마치 방콕 카오산로드의 어느 펍에 들어온듯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양한 룩의 클러버와 보헤미안들, 그리고 ‘홍대 피플’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거침없이 테킬라 한 병을 주문했고 타이거 디스코가 틀어주는 태어나기도 전에 발매된 국산 음악에 리듬을 탔다. 손님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던 주인장은 맥주잔을 들고 맨 앞에서 신명 나게 흔들고 있었고, 밀려드는 사람들의 주문을 받느라 분주한 바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정말 다행이다. 육구가 생길 때 ‘컬트’적인 모습은 사라졌지만, 자생했다. 자체적 진화를 보여주었다. 하나의 콘텐츠가 육구 안에서 생겨났고 가지를 뻗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반성했다. 더 자주 찾아올 것을. 조금 더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 텐데.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연남동 육구의 홍보는 도맡아 하리라 만취하여 주인장들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니, 연남동으로 옮기게 될 육구를 꼭 한번 찾아가 달라. ‘무릎과 무릎 사이’ 콘셉트로 진행된 육구의 첫 무대, 뮤지션과 관객 사이 숨결이 맞닿는 긴밀한 규모로 시작되었다. 이제 2월이 지나면, 연남동으로 터를 옮기는 마지막 달이 되어서야 널찍한 무대와 팔을 휘젓고 춤을 추어도 괜찮을 정도의 댄스 플로어가 완성되었다. 2월 말까지 매주 금, 토, 일육구는 ‘무료입장 유료 퇴장’ 정책을 잠시 보류하고, 1만 원 입장료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는 공연과 파티가 계속된다. 마지막 페스티벌을 놓치지 말기를. 놓쳤다면 연남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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