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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Aug 04. 2017

水曜未喰會

수요(아닐미)식회

<수요미식회>에 나온 맛집은 피해 가라.


애청자였다. 수요일마다 챙겨보고 다음날, 혹은 주말에 프로그램에 나온 집을 찾아가곤 했다. 몇 주가 지나자 그 프로그램에 나온 집은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참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맛’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는 곳들이었기에. 사실 기존의 맛집 프로그램과 어느 정도 차별성을 두었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기존의 맛집 프로그램 또한 신빙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긴 했다. 정보가 없을 때 결국 찾아보는 네이버 맛집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네이버 블로그에서 상위에 뜨는 맛집만 피하면 제대로 된 집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지인이 야심 차게 요리주점을 오픈 했는데, ‘먹방’하나로 소셜 네트워크 스타가 될 정도로 ‘맛’에 대해 고집이 있는 친구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단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며 섭외를 하려 했다고 한다(물론, <수요미식회> 제작진의 전화는 아니었다.).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면 프로그램에 노출시켜주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직접 듣지도 않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물론 공중파의 힘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예부터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말라’했다. 돈만 있으면 맛집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고, 손님이 많아진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마케팅’이란 타이틀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 구조다. 에디터는 미식가는 아니다. 어느 정도 조미료가 들어간 맛에 익숙하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동시에 속초 코다리 냉면도 좋아한다. 싫어하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입맛. 하지만, 소위 미식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아끼는 공간에 가보면 먹을 때는 모르고 나중에 깨닫게 되는 맛이 있다. 또 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 면에 있어서 <수요미식회>는 뭔가 한 수 가르쳐주는 기능을 하는가 싶었다. ‘문을 닫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라니 얼마나 정감 있는가? ‘초딩입맛’의 전현무와 전형적인 미식가 황교익 교수의 엇갈리는 의견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요즘 출연진까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오래된 단골 맛집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이 너무 찾아가서 맛이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걱정 말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가던 평양냉면집의 맛이 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요미식회>에 나오고 나서 몇 배로 손님이 많아지니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포에서만 느껴지는 고즈넉함이 있는데, 그것을 빼앗아간 것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앉아있기도 불편할 정도로 무너져가는 모습의 오래된 단골집은 손님이 많아져서 장사가 잘되고, 리모델링을 해서 쾌적해진다면 단골손님은 즐거워해야 할까? 맛은 그대로라 고쳐도 운치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오늘부터 실패를 맛보더라도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의 힘을 빌지 말고 본인만의 감으로 단골집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맛집 지도, 그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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