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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Aug 04. 2017

KICK OUT

영국 출장기

@ 테이트 브리튼

런던 출장 때 짬을 내어 화제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보러 테이트 브리튼을 찾았다. 참고로 본인은 전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난생처음 찾은 런던이기에 관광도 할 겸 소호에서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가 있던 쇼디치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배낭여행 온 대학생처럼 ‘아! 정말 런던에 와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미술관도 정말 ‘영국’스러웠다(브리튼이니까). 호크니 전은 역시 인기가 많았고, 조금 서둘렀기에 오후 4시 입장이 가능했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시를 둘러보기로 한 후 무척 어울리게 커피 한잔을 사 들고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무심코 들어간 한 전시관, 자메이카 출신 영국의 한 이름 모를 포토그래퍼의 전시였다. 흑인들의 사진이 대부분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할 만큼 멋스러웠다. 텅 빈 전시관에서 나도 모르게 ‘우와’라고 감탄을 하는 순간, 농구선수처럼 키가 크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외모의 흑인이 말을 걸어왔다. 노란 머리가 선명했다.


“너 어디서 왔어?”

“서울.”

“커피 마실래?”

“나 커피 있어.”

“사 주고 싶어”

“고마워.”


사 준다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걸어 나와 카페에서 커피를 건네더니 놀랍게도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물론, 영어로.


“나는 자메이카 출신 모델이야.”

“쿨! 멋있다. 난 잡지 편집장이야.”

“오! 반가워!”

“런던은 왜?”

“촬영.”

“서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촛불.”

“어! 나도 촛불 들었어.”

“그래. 힘내.”

“고마워. 땡큐!”


잠시 멍했다. 먼 곳까지 와서 기분 좋은 위로를 받다니. 아직도 난 그의 이름을 모른다. 치킨을 청와대에서 내쫓기로 결정되던 날, 나라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백성처럼 들이부었다(기분 탓일까? 숙취마저 없더라). 마감 중에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한국의 래퍼가 입국을 거부당한 뒤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쳤다. 안타깝다.


God Bless America.


201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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