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보육 시스템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만 0-3세 아이들이 다니는 기관은 부게스투(Vuggestue), 만 4-5세는 보느하븐(Børnehave), 그리고 만 6세부터는 *스꼴렌(Skolen)*이라는 초등학교 과정에 들어갑니다. 말도 아직 서툰 0~3세 아이들이 다니는 , 아이들이 부게스투에서는 감정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깁니다.이 때에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첫째와 둘째를 한국 어린이집에 잠깐 보냈던 경험이 있어서, 처음에는 부게스투선생님들이 아이들 간의 갈등을 방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들이 서로 싸우거나, 뺏거나, 밀치거나,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있어도 아주 심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명확한 피해가 되지 않으면 대부분 그냥 지켜보시더라고요. 다른 한국 가정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덴마크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나이 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딪히고 겪으면서 관계를 배워야 해" 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예를 들면, 순이가 철수의 장난감을 뺏었을 때 선생님은 그걸 보고도 개입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게 '애들은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죠. 한국이었다면 선생님이 순이에게 "친구 물건을 뺏으면 안 돼" 라고 바로 이야기하셨겠지만, 여기서는 철수가 자기 힘으로 장난감을 다시 찾거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물론 이건 어린이집마다, 선생님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저의 주관적인 경험일 수 있다는 점은 덧붙이고 싶습니다.
만 4~5세 아이들이 다니는 보느하븐에 입학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이제는 서로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몸싸움이나 갈등이 있을 경우 선생님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십니다. 갈등이 반복되거나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부모 상담이 요청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부모가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해 조율하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다 보니 감정이 폭발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아이도 있고, 자리에 앉지 못하고 뛰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선생님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시고, 감정 조절을 도와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덴마크에는 우리나라처럼 유치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0학년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 같은 개념인데요, 보통 각 학교에 0학년만 담당하는 숙련된 선생님이 계시고, 교육과 보육의 중간쯤 되는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 첫째가 0학년을 시작한 어느 날 0학년 담당 선생님께 여쭤봤는데요, 이 시기는 정식 1학년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학교에 익숙해지는 단계’라고 하셨어요. 예를 들어, 책상에 오래 앉는 연습,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 인사와 예절, 도시락 챙겨먹고 정리하는 것 등 아주 기본적인 단체생활을 익히는 시기라고 하셨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여유로운 성격을 보여주는 듯한, 참 덴마크스러운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던 시절, 낯도 많이 가리고 덴마크어도 잘 하지 못했던 터라 매일 긴장 속에 등교하곤 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저에게, "시간 괜찮으시면 하루 종일 학교에서 아이가 뭘 하는지 지켜보시는 건 어때요?" 라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덴마크 학교 생활이 궁금하던 찰나였거든요. 학교에 갔더니, 제 자리까지 마련해 주셨어요. 책상과 의자까지요. 그날 하루, 아이들 곁에서 지켜보며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는 아침 6시 반부터 열지만, 8시 수업 전까지는 보육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봐주십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거나 책을 읽고,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배가 고프면 스스로 도시락을 꺼내 먹기도 합니다.
수업은 8시부터 시작되는데, 30분 교실 수업 – 30분 야외 활동 – 도시락 시간 – 다시 30분 수업…
이런 식으로 리듬 있게 반복됩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방과 후 교실로 이동하고, 다시 보육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이 오시길 기다립니다.
그러나, 0학년이다 보니 30분 수업도 버거워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수업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거나, 친구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마다 보조 선생님 두 분이 따로 계셔서 수업을 도와주십니다. 아이들 25명에 선생님 3명이 함께하는 구조인데요, 교실을 서성이는 아이가 수업에 크게 방해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지겨움을 참지 못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에게는 손을 오래 닦게 하거나,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씌워주며 마음을 진정시켜 주십니다. 또, 교신을 갑자기 뛰쳐나가는 아이에게는 잠깐 바깥 공기를 쐬게 하시기도 하고요. 0학년에게는 이런 과정들이 당연한거라 여기며, 자상하게 아이들을 돌보시는 것에 마음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옆 짝꿍을 반복해서 방해하는 아이에게는 물리적으로 간이 벽을 세워 거리를 차단하고 지도하시며 관계 속에서 감정을 조절할 기회를 주십니다.만약 선생님 혼자였다면 하루가 참 힘들었겠지만,보조 선생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하루를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0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정교사 1명과 보조교사 2명이 함께하고, 4학년부터는 보조교사가 1명으로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의 초등교육에서는 보조교사가 9학년까지 꾸준히 함께합니다.
이 구조는 정교사 선생님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훨씬 가까운 존재로서 감정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어른’이 되어줍니다.
아이의 0학년을 하루동안 함께 한 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해 제 마음이 참 편안해졌습니다. 학교에서 아이가 잘 돌봄을 받고 있다는 신뢰가 생겼고, 잘 몰랐던 덴마크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특히 보조교사 제도에 대해서도 호감이 생겼습니다. 또한 그 어느 한 아이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선생님들을 보며 저도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실에서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