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걸리더라도 신발은 혼자 신는 거란다.

by 덴마크육아일기


신발장에서의 깨달음

한번은 덴마크 친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우리 가정처럼 세 아이가 있었고, 그때 친구네 막내가 우리 막내와 같은 나이인 만 2살 정도였다. 친구 남편과 막내 아이가 신발장에서 한참을 안 들어오길래 나가보니, 아이가 신발을 벗느라 낑낑 애를 쓰고 있었고 친구 남편은 느긋하게 옆에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가 신발장으로 나가니 친구 남편이 별거 아니라는 듯 쿨하게 말했다.

"아이가 이 신발에 익숙하지 않아서 벗는 게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좀 걸려요.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한 십 분쯤 기다리니 아이와 친구 남편이 함께 들어왔다. 약간 의아해할 나를 의식해서인지 설명해 주었다. 아이가 혼자 신발을 벗는 것을 잘 못하는데, 그래도 배워야 앞으로 잘한다고 생각해서 옆에서 기다려주었다고.


그 이후로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비단 그 친구 남편만 아이들 신발 벗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신발장에서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신기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신발을 벗는 것이 본인의 일이니 알아서 하는 법을 배우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내 눈에는 무던하게 기다리는 그들의 인내심이 더 대단해 보였다.


물컵 하나에서 본 철학

비단 신발 신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많이 어리고 아직 미숙한데, 많은 것을 스스로 하게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돌 전에는 손잡이가 있는 빨대 컵을 쓰게 했다. 잡기도 편하고, 물을 마시기도 편하고, 흘리지도 않고. 다시 생각해도 빨대를 매일 소독하는 일은 고된 일이었다. 덴마크에 와서 보니, 돌이 되지 않은 아이에게 손잡이 없는 일반 이케아 플라스틱 물컵에 물을 담아 주는 '대단한' 부모들을 만났다. 엎지를 거 알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거라는 그들의 마인드를 알게 되면서, 그 마인드가 그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항상 물티슈를 가방에 챙겨 다니던 나와 다르게, 아이가 먹다 바닥에 떨어진 빵도 툭툭 털어 다시 주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라기도 했다. 내 관점에서는 약간 대충 키우는 느낌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육아를 쉽게 만든다는 건 분명하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와 외출할 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내가 입혀주었고, 아이가 신발장에 나오기도 전에 신발장에 대기하고 앉아서 신발을 정성스럽게 신겨주던 엄마였다. 딸아이의 머리는 매일 새로운 핀으로 새롭게 빗겨주었다. 덴마크에 와서 '덴마크화'된 딸아이는 이제 산발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학교를 가거나, 울퉁불퉁 삐져나왔지만 그래도 스스로 머리를 묶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다시 묶어줄까 물어보면, 자기가 스스로 묶는 게 더 좋다고 해서 "그래... 그러렴"이라고 했다.

'엄마가 머리도 안 묶어주나' 생각할까 잠시 염려되었지만, '그래, 니 머린데 니가 좋은 대로 하렴...'


엄마는 "편한 육아"를 배우고 있는 중

덴마크에서 생활하며 이들의 육아 철학을 지켜보고 있다. 처음엔 낯설고 때로는 무심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낸 것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 아직 완전히 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도, 엄마인 나도 한결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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