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문이 트이기까지의 1년 반

덴마크살이

by 덴마크육아일기

첫째 아이의 0학년 입학, 새로운 시작!


첫째 아이는 덴마크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 학교 0학년에 입학했다. 입학 전 덴마크 유치원에 6개월을 다녔는데, 워낙 수줍음이 많은 아이가 서툰 덴마크어로 말하기는 너무 어려웠나 보다.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학교에 입학했다.


0학년인 1년간 아이는 학교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설득도 하고 달래도 보고 구슬리기도 하면서 아이의 말문이 트이기를 많이 노력해주셨다. 그러나 어떤 노하우로도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교 가기를 싫어했느냐? 전혀 아니다. 매일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가는 아이였다. 신나게 종알거리다가도 학교 앞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입이 열리지 않았을 뿐이다.


어느 날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하지 못해 앉은 자리에서 소변을 본 적도 있었다. 덴마크는 쉬는 시간이 따로 없어서,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교실 밖에 나가야 하면 수업 중이라도 언제든지 허락을 받고 나가면 된다.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것 때문에 여러 번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이후 선생님은 우리 첫째 아이와 수신호 의사소통 방식을 협의하셨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손을 들고 검지와 중지를 꼬아라. 마치 화장실 앞 표지판의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 이모티콘처럼. 숫자는 손가락으로 표현하고, 좋다 싫다는 동그라미와 엑스로 표현해라. 선생님과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수신호가 생겼는데, 아이는 그 과정도 재미있어했다. 우리 아이가 보드게임을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는데, 놀라운 것은 그것을 수신호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수신호가 완벽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아팠나 보다.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책상에서 쓰러질 것 같이 기진맥진한 것을 선생님이 발견하고 아이를 교실에 눕히셨다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첫째 아이의 0학년이 지나갔다. 첫째가 3학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그 일은 3년 전 일이다. 그래서 조금은 덤덤하고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정말 폭풍 같은 하루하루였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매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이라도 한국에 갈까, 한국에 가면 나아질까.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을 다니던 중이어서 중간에 장학금을 물어내야 하는 부분이 염려되어 쉽게 한국에 돌아갈 결심도 못하던 때였다. 이도 저도 못하고 마음만 절절하게 아프던 그때, 웃으며 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고 돌아서서 매일 울면서 출근하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아이와 의사소통이 안 되어 담임 선생님도, 보조 선생님들도 참 불편하셨을 텐데, 나를 만나면 오늘도 아이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다며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새롭게 무엇을 배웠는지 알려주시며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도와주셨다.


첫째 아이의 1학년


아이가 1학년에 입학하면서 우리처럼 덴마크에 어릴 적 이민 오신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이민자라고 해서 이민자의 마음을 아는 것은 아닌데. 오히려 이민자가 이민자를 못살게 굴거나 배타적으로 구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선생님은 너무나 좋으신 분이었다. 아이가 한국어로 집에서 대화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알려드리자 심리적인 것 같다며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고 교육청에 요청하여 아동심리전문가와 정기적인 상담을 받도록 적극적으로 주선해주었다.


심리 전문가, 언어 전문가, 학교 담임 선생님, 보조 선생님, 덴마크어-영어 통역 선생님 등 7명이 매달 모여 아이의 언어 발달 과정을 공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회의를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이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이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우려되어 언어 발달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 학교 생활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주셨다. 그러나 서두르지 말자며, 말 못해도 학교 재미있게 아이가 다니고 있다며 나를 격려해주셨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심리적 문제라는 것을 꿰뚫어보셨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의 덴마크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따로 봐주셨는데, 실제로 선생님과 1:1로 있을 때 아이는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선생님과 6개월이 되었을 무렵, 아이는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반 아이 중 아이가 편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골라 1:1로 하는 소그룹 모임을 정기적으로 주선하셨다. 여전히 반 아이들 전부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1명의 친구에게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2명의 친구를 붙여 2명의 친구와도 말을 하게 되었고, 4명의 친구... 나중에는 반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언어에 문제가 없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2학년이 되었을 때(여기는 1-4학년 선생님이 같다), 선생님의 정기 부모 상담에서 우리 아이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그만 말하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1년 반 동안 말 못해서 지금 1.5배로 많이 말하나 봐요"라고 했다. 둘이 웃으며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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