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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린 Jul 13. 2024

장애인은 20년씩 빨리 늙어요.

한 달 가까이 글 한 줄 못 쓰고 지냈다.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정부 보조금 때문에 온갖 감독과 감시를 받고 있다. 그리고 3년마다 운영과 사업에 관해 평가를 받는다. 올해 평가가 있는 해였고, 6월 말에 평가를 받았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정부 보조금을 못 받게 될 수 있어서 목숨 걸고 서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6월이 시작된 시점에서 서류 지옥에 파묻혀 살았다. 휴일도, 주말도 없이 출근해서 밤 11시 돼서야 퇴근했다. 그 생활이 3주간 이어졌다. 그렇게 지옥 같았던 평가 준비가 끝나고 평가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나는 병이 났다.

평가가 끝난 그 주 주말에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  토요일 새벽이 되니 증상이 더 심각해져서 숨 쉴 때마다 아파서 잠을 못 잤다. 일요일 아침에 활동지원사님이 와서 응급실로 갈까 하다가 주말에 병원에 가봤자 해 주는 것 없이 병원비만 나갈 것 같아 집에 있는 진통제 먹었더니 괜찮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일요일 밤이 되자 또다시 통증이 와서 잠 한숨 못 자고 아침에 활동지원사님이 오기만이 기다렸다..(죽지는 않을 거 같아서 누굴 부르지 않았다. 사실 최근에 몸이 안 좋아서 야간에 활동지원사님을 부를 일이 많았다. 그래서 금방 죽지 않을 일이면 웬만하면 참아야 된다고 다짐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활동지원사님이 오셔서 오자마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려고 했는데 침대에서 도저히 일어나 지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119를 불렀다. 다녔던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했더니 요즘 대학 병원 응급실이 안 받는다며 동네 준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온갖 검사와 복부 시티를 찍었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단다.


일주일 동안 호전도 없었다. 이상하게 밤만 되면 아프다. 금요일에 동네 다른 병원 가서 약을 지어와서 먹었더니 좀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아프다. 대학 병원은 현재 진료 예약도 잘 안 된다.


허리는 허리대로 아파서 병원에 돈을 쏟아부으며 치료받고 있는데...... 다른 데까지 아프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허리도 계속 아파서 일으켜 세울 때 제대로 못 서는 상황이 잦다. 그 상황이 잦을 때마다 활동지원사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주는 리프트도 알아보는데 현재 나온 리프트들은 내 장애와 맞지도 않다. 집에서는 리프트를 사용한다 해도 밖에 나가선 어떻게 할까... 밖에 나가서도 화장실은 가야 하는데...... 기계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허리 치료에 목숨 걸고, 비싸서 차마 못 가던 한방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병원 주치의 선생님 말이 자주 떠오른다. 장애인은 20년씩 빨리 늙게 된다고... 난 아직 늙을 준비가 안 됐는데, 몸은 하루하루 늙고 있는 듯하다. 


늙고 아픈 몸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이 삶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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