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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린 May 18. 2024

저는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요즈음 나는 주경야독, 그러니까 일주일의 한 번씩 퇴근 후에 문화센터에 가서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하고 있다. 일은 이미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데, 이렇게 일만 하다가 인생 종 칠 거 같고 장애가 더 진행돼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곧 올 것만 같아 뭔가 일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작년에는 글쓰기 강의 수강했었고, 제주 이주살이를 다녀왔다. 매년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도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의 작은 나만의 낙이다. 

올해는 새로운 분야의 강의를 듣고, 무너져가는 몸을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장애인 전문 헬스 센터에 가서 개인 PT를 끊었다. 돈이 없어서 계속 망설이다가 얼마 전에 가입된 협동조합에서 여가생활 지원 사업에 공모해서 선정되었다. 지원금은 PT금액의 반도 안 되지만, 나머지 금액은 카드로 화끈하게 긁어서 10회를 등록했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듣는 강의는 15주의 영화 비평 관한 강의인데, 장기간 듣는 강의는 생전 처음이다. 최근에 영화 비평 관련 글이 몇 번 섭외가 들어왔다. 물론 편집자들이 내게 요청한 글은 전문 비평가들이 쓰는 글처럼 어려운 용어가 섞인 영화 분석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장애인의 관점과 감수성으로 바라본 영화에 대해 쓰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경험 나열식의 글만 써오다가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려니 너무 어려웠다. 어렵게 느껴지니까 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이 분야로 나의 글쓰기를 조금 더 개척하고 싶었다.

글에 대한 욕심은 일단 행동으로 옮겼다. 연초에는 영화 에세이 강의를 들었다. 사실 가끔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수강한다.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문화센터 수강생들은 거의 비장애인들이고 그들 대부분이 장애인을 대면한 적이 없거나 관심도 없는 사람들일 거라... 그 틈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말까지 어눌하게 하는 내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나는 통합 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고 장애 쪽 단체에서 만난 비장애인들 하고만 관계를 맺어와서 일반(?) 사회에 비장애인들 하고는 거의 대면한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문화센터에서 비장애인들과 강의를 듣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예전에 문화센터에서 들은 글쓰기 강의에서 강사에게 모욕적인 말은 들었던 경험이 있을 후(강사는 첫 수업 시간 때 내가 말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말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짓고, 글이나 쓸 수 있는지 물어봤다. 속으로 글도 못 쓰는데 뭐 하러 글쓰기 강의를 수강했겠냐... 이 강사놈아..... 바로 항의하고 환불받은 후에 다시 다니지 않았다.)에 방어벽이 생겼다. 그래서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첫 수업에 들어가는 순간은 긴장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날 볼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올해부턴 방법을 다르게 했다. 문화센터 측에 메일을 보냈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탔고 언어장애가 있다. 미리 의자를 빼놓았으면 좋겠고, 언어장애가 있지만 말을 전혀 못하는 건 아니니 강사에게 이 점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영화 에세이 강의 첫날의 풍경은 그동안의 분위기와 달랐다. 책상의 의자가 빼놓아져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으로 불편하지 않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강의가 또 내게 더 큰 용기를 심어주어 더 큰 카드빚을 지게 했다. 돈은 없는데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고 용기는 뿜뿜한 상태가 되어 영화 비평 스쿨 15주 강의에 등록해 버렸다. 이것도 카드로 시원하게 긁었다.(이러니까 카드빚 갚으려고 외부 청탁 글 들어오면 무조건 수락해서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글 써서 허리 상태가 안 좋고, 고장 난 허리 때문에 병원 가서 치료받느라 돈 쓰고.... 악순환의 삶..)

이 강의의 특성상 강사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강사 중에 평소에 좋아하던 평론가도 있어서 너무나 듣고 싶은 강의였다. 

이제 한 달 반이상이 지났다. 원래 오늘은 강의를 들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글로 쓰고 싶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곁다리 이야기들만 줄줄이 쓰는 바람에 읽는 사람도 지루해할 것이고 쓰는 나도 힘들어서 그만 마쳐야겠다. 

다음에 이어서 써야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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