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손글씨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일상에서 글쓰기1

by 해린

글쓰기에 손을 놓고 사는 것 같아서 반강제적으로 4주 동안 진행되는 글쓰기 소모임에 가입했다.

소모임장이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제시해 주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첫번째 단어는 '공책'이었다.


공책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중학교 1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장애가 있어 초등학교 과정은 특수학교에서 마쳤다. 그곳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손글씨를 쓸 수 있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예 쓸 수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글씨가 삐뚤빼뚤하긴 했지만, 손글씨를 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선생님께 “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학교로 진학할 무렵, 내가 다니던 특수학교는 비싼 땅을 팔고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결정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집 근처의 '일반' 중학교, 즉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차라리 어릴 적부터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면 덜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장애 학생들을 충분히 배려해주는 특수학교의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비장애 중심의 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어려움을 느낀 건 수업 시간의 필기였다. 나는 한 글자를 쓰는 데 1분 이상 걸렸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신경 써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칠판에는 분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글을 쓰셨고, "다 적었지?"라는 말과 함께 수업 내용은 순식간에 지워졌다. 나는 4분의 1도 채 적지 못했는데 말이다. 결국 수업 내용을 제대로 받아적기 위해선 반 친구들의 '선의'에 의지해 공책을 빌려야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늦은 밤까지 빌려온 공책을 보며 열심히 내용을 옮겨 적었다. 그 과정에서 반 친구의 반듯한 글씨체를 보며, 내 삐뚤빼뚤한 글씨가 조금이라도 정돈되어 보이도록 온 힘을 쏟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공책을 따라 쓰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였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 지금의 나는 손글씨 쓰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공책이나 노트 같은 것엔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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