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독서:슈베르트의 삼십 일년을 훔쳐보다

"슈베르트 평전"

by 에스더esther

슈베르트를 진짜 좋아한다. 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지금 내 인생이 미완성인 것도 그저 좋기만 하다. 새로운 날들을 맞이 하는 길목 쯤에서

슈베르트의 삼십 일년을 훔쳐 보려고 한다. 짧고 강렬하게 살다간 슈베르트를 만나는 기쁨이 제법 크다. 이 책은 슈베르트 음악의 연구자이자 영국 버밍엄 음악원의 객원교수를 역임한 엘리자베스 노먼 멕케이가 쓴 전기를 번역(이석호)한 것이다.


인문학과 클래식 음악을 결합시켜 멋진 융합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나성인 해설가는 책을 통해 접하는 슈베르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른하나에 세상을 떠난 청년 예술가의 삶을

이토록 공들여 재구성해 낸 작가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따사로운 시선을 한번도

잃어 버리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슈베르트는

분명 위대한 예술가인 동시에,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이기도 하다. 치열하게 살아 가는

결점 투성이요, 미완의 청년인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슈베르트 음악에 푹 빠져 버린

나로서는 너무도 궁금한 서평이 아닐 수 없다.

결점 투성이요, 미완의 청년이라니?치열하게

살다 간 슈베르트가??클래식으로 시를 읊고

노래한 그를 찾아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본다.

슈베르트는 짧게 살다가 갔지만, 책은 무척이나

두껍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이다.

차분하게 마음을 먹어야 읽을 수 있는 내용들.


그 중에서도 몇 몇 기억나는 문단들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음악가들과의 관계중심이다.


"그는 본질적으로 빈 고전악파 전통에 속한 마지막 위대한 작곡가였다. 베토벤을 경외에 가까울 정도 깊이 존경했고, 특히 그의 중기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슈베르트가 진정 사랑하고 그의 뿌리가 된 음악가는 오스트리아의 하이든과 모차르트다."

(p.116중에서)


슈베르트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1820년부터 1822년 까지의 시기 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때를 일러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라고 했으니 말이다.


"1820년 벽두, 슈베르트의 앞길은 그야말로 창창 해 보였다. 이는 요제프 폰 슈파운, 요한 마이어

호퍼, 안젤름 휘텐브레너같은 믿음직한 친구들의 도움과 요한 미하엘 포글, 이그나트 존라이트너 같은 영향력 있는 후원자들의 존재에 힘 입은 바가 컸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음악계 내에서 그의 명성 은 올라가고 있었다. 가곡 작곡가로서는 물론이고 관현악곡과 종교음악 분야에서도 그의 가치를 인정 하는 분위기 였다."(p.213중에서)

그러나 달콤한 인생의 시기는 너무나도 짧았다.

1822년 말부터 그가 처한 환경은 아주 나빠진다.

이유는 다름아닌, 슈베르트 자신이다. 그는 짜증이

늘어 났고,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를 돕는 이들에게도 등을 돌렸고, 2년을

변덕스럽게 색을 탐하더니 급기아 1822년 말에는

성병 증상이 처음으로 나타나 버렸다.


그의 장밋빛 달콤한 시대가 짧은 이유로 쇼버라는

친구와의 잘못된 만남을 원인으로 삼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증이 본격적으로 악화된 1823년 이후의 음악 에는 고통스러운 육체와 비통한 정신, 비참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요소가

보인다." (p.215중에서)


혹자는, 슈베르트의 병증을 '순환기분장애'라고

진단한다. 이는 의학적으로 기분이나 행동, 사고

등의 뚜렷한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조울증으로

정의 되는 병이다.


"슈베르트가 세상살이 마지막 몇 년 동안 보였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기록과 진술은 여럿 남아

있다.,,,그의 순환기분장애가 꽤나 심각한 상태

까지 진행되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p.301)


결국, 슈베르트는 1822년 말부터 육체 및 정신적

건강악화와 싸워야 했다. 특히, 매독으로 인해서

사회적 위치까지 흔들렸다. 그래도 무작정 무너

지지는 않았다. 고통이 심할 수록 정신은 강했다.


"고통은 이해를 날카롭게 벼리고,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p.335)


슈베르트의 연가곡 중에서 가장 이름난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겨울 나그네>일 것이다. 그는

1826년말,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를 발견하고

총24편으로 구성된 뮐러의 시들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으로 재창조 된다.


슈베르트의 병세는 1828년 급격히 쇠락하고

만다. 그러나 반면, 그의 작업은 절정에 이른다.


"슈베르트는 1828년 9월에 대단히 높은 수준의

음악을 다량으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 도무지 한

사람이 단시간 내에 해 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취인데,,,"(p.625중에서)


특히, 슈베르트 말년 작품인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 세 편(D.958, D.959, D.960)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들을 때마다 왠지 뭉클해 진다.


슈베르트는 결국, 1828년 11월에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덮고 나서도 끝내 31세의 청년 슈베르트를 가슴에서 덜어 내지 못할것 같다. 슈베르트는 평생을 닮고 싶어 했던 베토벤의 묘지 곁에 묻혔고,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음악은 이 곳에 소중한 보물을 묻었고,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희망 역시 묻었다."

(p.677)


그는 지금도 살아 있다.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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