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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나오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것들

"퇴사 후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by 에스더esther

새벽을 달려

누구보다 먼저

적막한 사무실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선다


가장 먼저 하는 건

블루투스 딸깍, 켜고

클래식을 틀어 놓는 일

오늘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다음으로 금속포트에

정수기 뜨거운 물을 담고

원두 향 제법인 커피 한잔

곱게 책상 중앙에 모셔둔다


물론 매일 아침마다

찬물 한 모금의 각성도

당연히 빠뜨리지 않아야

정신상태가 바짝 차려진다

커피는 마실 때보다

드르륵, 드르륵 분쇄되며

원두가 갈릴 때 나는 향기가

하루를 깨우는 최음으로 대박이다


이제는 매일 다른

간식을 준비해 놓고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주거니 받거니 즐긴다


메뉴는 편의점에서

제공되는 레파토리라

주로, 원 플러스 원이나

투 플러스 원으로 고른다


그렇게 위장을 조금

채워라도 주고 나서야

비로소 빨간 캡슐에 든

비타민 C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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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택된 간식은

앙징맞은 막대에 꽂혀

쫄깃 쫄깃한 식감을 가진

핫 바가 뽑혔는데, 굿이다


나름 규칙적인 날들이

매일의 선물처럼 이렇게

다가 왔다 물러 났다 하니

현재가 선물이라는게 맞다


과연, 퇴사 후에도

지금처럼 다정하게

하루를 열고 맺을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그건 온전히

나에게 달렸음을

격렬하게 인정하면서

커피 한 잔, 마저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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