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만이 등대가 아니다 5]

두물머리 느티나무, 등대처럼 듬직한 소울 플레이스

by 에스더esther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에게

어느 날, 유언(?)을 남겼다.


"만약,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으로 합쳐져 흐른다는 양평 두물머리 화해의 강에 좀 뿌려주렴~그리고 한 웅큼은 살짝 덜어 느티나무 밑둥에 톡 톡 털어 스며들게도 해주고, 나중에 가끔씩 들러 느티나무가 얼마만큼 자랐는지 가늠해 보렴~그때쯤, 바람결에 섞여서 니 어깨에 살짝 기댈께,,,"


물론 생전유언이니 언제라도 바뀔 수 있고 또 누가 먼저 다른 세상으로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황당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친구는 깔깔 거리며 알았다고 했다. 참 좋은 절친임에 틀림이 없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두물머리는 언제나 믿음직한 소울 플레이스로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곳이다. 두개의 물로 나뉘어 흐르던 물줄기를 하나로 합쳐 한강으로 흐르게 하는 기특함. 두물머리에는 잔잔한 화해의 흐름을 넉넉한 가슴으로 품어주는 느티나무도 있다. 바로 내가 절친에게 남긴 유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두물머리 연꽃벤치

등대처럼 너그러운 키를 가진 두물머리 느티나무는 그 뿌리의 근원 조차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속이 깊다. 그래서 누구라도 잠시 쉼을 얻고 기대기에는 지극히 안성맞춤이다. 나무 곁에는 늘 화해의 강이 흐르고 계절따라 연꽃도 피고 진다. 얼마만큼의 긴 세월을 그렇게 흘러 왔는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느티나무가 허락하고 두개의 물줄기가 끄덕여 준다면 함께 합쳐지고 싶다. 불감청 이언정 고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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