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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독서:프랑수와즈 사강의 '한달 후, 일 년후'

"조제가 사랑한, '조제'!!!"

by 에스더esther
프랑수와즈 사강(1935~2004),출처:나무위키

프랑수와즈 사강,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다. 무려

백 여년 가까운 세월 전에 활동했던 프랑스 작가인 그녀를 사랑한다. 사강이 19세에 쓴 아름다운 작품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또한 그녀를 프랑스 최고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작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는 어찌나 안타까웠던지. 매일 매일 브람스를 듣던 기억이 새록새록 아련하다.


지금, 손에 잡은 책은 [한달 후, 일년 후]라는 작품.

얼마 전 본 영화인 '조제'를 통해 알게된 소설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조제'는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제가 사랑한 지극히 매력적인 나의 '조제'.

영화, '조제'에서의 주인공은 하반신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야한다. 함께 살았던 할머니조차 돌아가시고, 혼자 남는다. 결코, 부자도 아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사랑이 넘친다. 혼자 있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함께 살게 된 남자 주인공을 열정적으로 껴안는다.


물론, 영화는 흔히 말하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서로 사랑했던 그들은 어쩌면 서로를 위해 헤어졌고, 곧

각자 홀로서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드무비 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은 '조제'의 혼자 있음이 결코 슬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조제'답게 살아갈 날들이 씩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 사강의 소설 속 '조제'는 어떠했던가? 그녀는

부자였다. 꽤 매력적이고 정열적이었다. 물론, 따로 휠체어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사랑에도 열렬했다.

그녀의 사랑은 소설을 쓰는 베르나르이기도 했고,

젊은 연하의 자크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파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아홉 남녀들의 각기 다른

러브라인이 얼키고 설킨 소설의 결말은 열려있다.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프랑수와즈 사강이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매혹적인 악마'로 불리웠던 작가, 사강은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는 하나의 물건, 하나의 사물이 되었어요. 사강

현상, 사강 신화. 하지만 부끄러웠어요. 나는 유명

인이라는 틀 속에 갇힌 죄수였죠. 나는 알코올에

빠졌고, 사소하고도 음울한 육체관계에 탐닉했고,

영어 표현들을 더듬거렸고, 그럴듯한 경구들을 내

뱉었고, 실험실의 닭처럼 뇌를 박탈당했어요."

(작품해설 <대답들> 중에서 발췌)


프랑스와즈 사강은 용감했다. 인생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벗어 버리고 용기와 단순함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코카인이라는 마약 소지죄로 재판받을

때 조차도 사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유명한 자기

변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사강은 '조제'의

입을 빌려 멋진 문장을 남긴다. 어떤 대사보다도

더욱 더 가슴 뭉클하게 하는 말이다. 이 독후감을

마무리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구절이 아닌가,,,,.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 버리게 돼요."

(p.187의 마지막 문장중에서,,,)


모두들, 무엇에든 미쳐 버리지 않길 바라며, 여전히,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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