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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독서 : 니체읽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7

by 에스더esther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징후"

니체는 문화를 고급과 저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첫 문장에서 '변종에

따른 개량'으로서의 새로운 것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끊임없는 진보를 논하는 모양이다.


이번 장에서도 니체는 '자유정신'에 대하여 꽤 많은

설명을 추가하고 있는데, 특히 '자유정신'의 상대적 개념에 대하여 자세한 묘사를 거듭하고 있다.

자유정신은 상대적 개념, 즉 태생과 환경, 그 신분과 직위, 또는 지배적인 시대의 견해로 보아 예상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자유정신이라 부른다.

자유정신은 예외이며, 속박된 정신은 상례 이다. 속박된 정신은 '자유정신의 자유란,
눈에 띄고 싶은 욕구에서 나오거나, 그야말로
자유로운 행위에, 즉 속박된 도덕과 일치하기
힘든 행위에 귀결된다고 비난한다.
(p.157중에서)

자유정신과 대비되는 속박된 정신은 모든 국가와

신분, 결혼, 교육, 법률과 같은 사회질서 등에 의해

구속 받는다. 속에서 문화도 존재하는 것이다.


문화의 여러 시대는 갖가지 기후대에 상응한다고

보는 비유적인 견해가 흥미롭다. 지리상의 지대로

좌우 나란히가 아니라 앞뒤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문화의 온대로 옮기는 것이 우리의 과제지만,

이러한 온대와 비교하면 과거의 문화지대는

개략적으로 말해서 열대 풍토의 인상을 준다.


강렬한 대조, 밤낮의 급격한 변화, 타오름과

색채의 화려함, 모든 뜻하지 않은 것, 신비로운

것, 굉장한 것의 숭배, 돌발적인 폭풍의 속도,

곳곳에 넘쳐나는 자연의 보배들, 그것에 대해서

우리 문화는 밝지만 빛날 정도는 아닌 하늘, 맑고

거의 변함 없는 공기, 날카로움, 게다가 때로는

추위, 이런 식으로 두 지대는 서로 대조를 이룬다."

(p.164중에서)


누군가 니체의 일생을 빈센트 반 고흐와 대조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니체보다 거의 10년 늦게 태어

나서 니체보다 10년 먼저 세상을 떠난 반 고흐는

뜨거운 열대의 예술가였다. 아마도 니체가 고흐를

직접 만나기라도 했더라면, 지금보다도 더 그에게

열광하고 빠져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특히, 색채의 화려함에 반했을 듯 싶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니체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사상의 해방, 권위의 모멸,

개인의 해방 등으로 묘사한다. 대조적으로 독일의

종교개혁은 뒤떨어진 정신들의 정력적인 항의라고

표현하였다. 학문의 각성과 지배를 늦추었다는 것.


니체는 도대체 고급문화의 기준을 어디에 두었던

것일까?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비롯하여 철학에

대한 에피큐로스 학파의 입장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과정에서 드디어 고급문화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중 하나인 '구구단'에 관한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학문은 고생하며 탐구하는 자에게는 많은 만족을 주고, 그 성과를 '배우는' 자에게는
아주 적은 만족밖에 주지 않는다. 그러나
차츰 학문의 모든 중요한 진리는 평범, 비속
해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조금밖에 없는
만족도 없어지고 만다.

우리가 그토록 경탄할만한 구구단을 일단
배우면 더 이상 기뻐하지 않는 것과 마찬
가지다.,,,,,,

그러므로 고급문화는 인간에게 먼저 학문을
느끼고 다음에 비학문을 느낄 수 있는 이중
두뇌, 이른바 두 가지 뇌실을 주어야 한다.,,,

한쪽 영역에는 동력원이 있고, 다른 쪽에는 조절기가 있어서 모든 환상, 편협, 정열로
가열 되어야 하며 인식하는 학문의 도움을
받아 과열된 것의 나쁘고 위험한 결과들이
예방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고급문화의
이러한 요구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인간
발전의 앞으로의 경과는 거의 확실히 예견
될 수 있다.,,,
(p.172~173중에서)

여전히 고급문화에 대한 개념이 어렵기는 하지만

어렴풋이 어떤 학문이든지 과열되거나 맹신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단서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어려운 이번 장을 마무리 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구절이 있어 기분이 삼삼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는 니체의 목소리가 들린다.


"확실한 발걸음과 믿음을 가지고, 지혜의 길을

나아가라. 당신이 어떠한 존재이든 경험의 원천

으로서의 당신 자신에게 봉사하라. 당신의 본질에

대한 불만을 던져 버려라.


당신 자신의 자아를 꾸짖지 말아라. 왜냐하면

어쨌든 당신은 인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백 개의

계단으로 된 사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p.195중에서)


고맙고, 또 감사한 니체의 격려를 무기 삼아

자아를 꾸짖지 않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모두 평안하기를 바랄 따름이다.굿럭♡


p.s. 노년의 지혜에 대해 말해주는 니체의 말을 살짝 첨가한다. 과하게 감동하는 내가 살짝 염려 스럽기는 하지만,,,(노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언젠가 노년은 정직하게 찾아 올 것이므로)


"노년이 찾아오면 당신은 자연의 소리에, 세계를 즐거움으로 지배하는 자연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었는가를 더욱 더 깨닫게 된다.


노년에 그 정점을 갖는 이와같은 인생은 지혜 속

에서도, 변함없는 정신적 기쁨의 부드러운 햇빛

속에서도 정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즉

노년과 지혜를 당신은 인생의 한 산등성이에서

만난다. 자연이 그렇게 바랐던 것이다.


그 뒤, 죽음의 안개가 다가오는 것은 때가 왔다는

것이며, 화를 낼 아무런 까닭도 없다. 빛을 향하여,

,,,,당신의 마지막 움직임, 인식의 어떤 환호성,,,,,

당신의 마지막 목소리."(p.196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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