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1
그림자 : 오랫동안 네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으니 너에게 한번 기회를 주고 싶다.
방랑자 :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군. 어디에 있는가? 그대는 누구란 말인가? 마치 내
자신이 지껄이는 것을 듣는 것 같은데 다만
내 목소리보다 더 작은것 같군.
그림자 : (잠시 있다가) 이야기할 기회를
얻어 기쁘지 않은가?
방랑자 : 신과 내가 믿지 않는 모든 것에
맹세하지만 놀랍게도 내 그림자가 지껄
이는군. 내게는 그것이 들리지만 믿지는
못 하겠어.
(p.452중에서)
의지의 자유에 대한 이론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 '필연성'은 어떤 사람에게는 정열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듣고 복종하는
습관으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논리적인 양심
으로,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변덕과 탈선의
방종한 쾌감으로 군림한다.,,,
그것은 확실히 누구나 자기의 '생명감'이 가장
강할 때, 즉 이미 말한 것처럼 어떤 자는 정열
에서, 어떤 자는 의무에서, 어떤 자는 인식에서
, 또 어떤 자는 방종함에서 자기가 가장 자유롭
다고 느끼기 때문이다.,,,(p.459중에서)
터키인의 운명론은 인간과 운명을 서로 다른 두 개의 것으로 대립하는 근본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운명에 대해 그것이 하려고 하는 바가 좌절
되도록 저항할 수가 있다. 그러나 결국은
언제나 운명이 승리를 거둔다. 그렇기 때문에
체념하거나 제 멋대로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롭
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어떠한 인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운명이다. 비록 인간이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운명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더
라도, 이 일 자체 속에 운명이 성취되는 것 이다. (p.490중에서)
바흐의 음악을 대위법과 모든 종류의 푸가 양식의 완전하고 빈틈없는 전문가로서 듣지
'않는'한, 즉 본래의 음악적 기교면의 감상 없이 듣는 한, 그의 음악의 청중으로서(괴테의
장엄한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우리는 '신이
세계를 창조한' 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그러나 바흐에게도 아직
많은 미숙한 그리스도 정신과 설익은 독일
정신과 서툰 스콜라 철학이 있었다. 그는
유럽(근대) 음악의 입구에 서 있기는 하지만,
그 곳에서 중세 쪽을 뒤돌아 보는 것이다.
(p.523중에서)
방랑자 : 그런데 내가 급히 서둘러서 그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는 없을까?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그림자 :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저 철학자의
개(디오게네스를 말함)가 알렉산더 대왕 앞
에서 바란 것 말고는. 나에게 햇빛이 비치게
조금만 비켜 줘. 몹시 춥군.
방랑자 :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그림자 : 그 전나무 사이에 들어가 산을 바라 봐 달란 말이지. 해가 저물고 있어.
방랑자 :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
버렸는가? (p.602~60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