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지음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그의 시한부 삶이
입술 끝에 매달려 전력질주하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가 소크라테스와 필록테테스와
니체와 보들레르, 장자와 양자 컴퓨터를 넘
나들며 커브를 돌 때마다, 그 엄청난 속력에
지성과 영성이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켰다.
우수수 떨어지는 부스러기만 수습해도 남은
인생이 허기지지 않을 것 같았다. (p.6중에서)
궁극적으로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에 대해 묻는
이 애잔한 질문의 아름다운 답이다. 더불어
고백건데 내가 인터뷰어로서 꿀 수 있었던
가장 달콤한 꿈이었다. 2021년 10월 김지수.
PS)선생님은 은유가 가득한 이 유언이 당신이
죽은 후에 전달되길 바랐지만, 이 귀한 지혜를
하루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 자물쇠를 푼다.
(감사하게도 그가 맹렬하게 죽음을 말할수록
죽음이 그를 비껴간다고 나는 느꼈다.)
(p.9중에서)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p.39)
"병원에 들락날락 하는 시간에 글 한자라도 더
쓰고 죽자. 그것이 평생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고 외쳐왔던 내 삶의 최후진술 아니
겠는가. 종교인들이 죽음 앞에서 의연하듯
말일세"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