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스더esther Mar 09. 2023

돈과 나와 일 2

최갑수 엮음, 얼론북

돈과 나와 일에 대하여 천천히, 가만하고 느긋하게 음미하다보니 책의 리뷰 속편이 늦어져 버렸다.

그래도 좋다. 맛있게, 흐느적이며 읽었으니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건 어떤 것일까? 유튜버 이연의 세바시 강의가 그 답을 준다. 야무진 강연,

빨려들어갈 듯한 그녀의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이연의 질문은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돈이 있어야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

돈을 벌기위해 대기업에도 발을 들여 놓았었단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녀의 '어른'은 개념이 바뀌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문득, 나 자신의 어른스러움을 돌아보니 각별한

느낌이 든다. 나는 과연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인가?


엉겹결에 등단하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는 오은, 이름만 듣고 당연히 섬세한 여자 작가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아니었다. '돈독'을 싫어하는 상남자다.


오은작가의 돈독에 대한 이론은 매우 남 달랐다.

"돈독과 돈독해진 사람과 최대한 멀어지는게 꿈"

이라는 그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돈독에 돈독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 오은작가의 눈에 벗어나지 않는게 꿈이다.

정우성? 잘 생긴 배우 정우성인가? 잠깐, 배우의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아니었다. 그는 자동차들과

춤 추고, 공명하는 멋진 자동차 기자였다.


'돈과 나와 일'의 책 속에서 정우성 작가는 <돈>을 결핍의 필요조건으로 이야기 한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돈은 결핍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결핍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삶에는

다양한 규칙과 흐름이 있고, 언제나 돈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요리사 레이먼 킴은 멋지다. 그의 요리를 언젠가

꼭 한번은 먹어보고 싶다. 그가 요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라고 고백하는 솔직함이 쿨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과 일을 같은 높이에 두어야 한다"(p.131)


레이먼 킴이 잘 안다는 여행작가 형님을 나도 잘 안다. 여행작가이면서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그 형님처럼 요리사 레이먼 킴의 요리도 <돈>으로 치환되는 숭고한 <일>인 것이다. 내 일도 그렇다.

김중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정이입'을 지닌

멋진 소설가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빨려 들어가는 작가이다.


배우고 싶다. 상담과 코칭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도

가장 필요한 '감정이입'의 탁월함을 전수받아 나도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지혜로움을 가지고 싶 때문이다.


김중혁의 <돈>은 <재미>라는 단어와 커플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돈과 재미의 기울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돈이 더 필요 했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재미가 더 필요할 때다"(p.151)라는

그의 말처럼 나에게도 재미가 무척 중요하다.


독립책방, [책방연희]의 주인장인 구선아 작가는 나의 로망이다. 물론, 작가는 누군가의 로망을 위해 독립서점을 운영하는건 아니지만...


구선아 작가에게 <돈>은 '옳다고 선택한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그 삶을 독립적으로 지속하게 하는 힘' 이다. 또한 그 삶은 작가의 일이다. 삶이 일이 되고, 일이 또한 삶이 되는 지금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여행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피치 바이 매거진] 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허태우 작가는 치열하다.


"비즈니스는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다." (p.189)


허태우 작가는 비즈니스 사업가이자, 에디터와

디렉터를 겸하는 잡지 발행인이다. 주변에서는

그의 사업을 바라보면서 '콘텐츠 비즈니스인지, 이커머스 비즈니스인지  구분'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의 비즈니스는

콘텐츠 비즈니스와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극적인 '희'와 극적인

'비', '희비'를 오가는 그의 치열함을 지지한다.

박찬일 셰프는 영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광화문의 무국적 요리집 <로칸다 몽로(夢路>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과 술을 즐기며 들었던 생각.


그의 무국적이 부럽다. 오래된 밥집을 찾아 다니는

발걸음에 동행하고 싶다. 노포를 추앙하는 박찬일 셰프의 칼럼들이 가슴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그의

<돈>은 지독하다. 지독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강조 한다. 문득, '나는 지금 지독한가?' 자문해 본다.


김광혁이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그를 기억하기 위해 한참을 갸웃거리다가, 드디어 떠 올랐다.


한동안 타로를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아 배회할

때 타로 마스터로 만났던 것이다. 온라인 강의로 꽤나 열심히 김광혁 작가의 수업에 심취했었다. 


[돈과 나와 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김광혁 작가의

글을 읽으며 속울음으로 펑펑 울었다. 지금은 나름 성공한 그가 겪었던 과거의 풍파들이 높고 아찔한 절벽에서의 몸부림이었는지를 울면서 읽었다.

일은 돈을 담는 항아리라는 것. 항아리가 크고 단단하다면, 그 안에 담기는 돈은 넘치는 법이 없을 것이다.  ...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커다란 항아리를 빚는 것이야말로 돈을 벌기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p.219)

삶의 위기상황에서 바닥을 치고 일어난 그의 위력,

단단한 <돈 항아리>를 빚는 것이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말을 굳게 새긴다.


행복한 시간들을 선물한 <돈과 나와 일>을 가슴에 꼭 품어본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현명한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을 보탠다면 '모두 다(多)'이다.

(fine)

매거진의 이전글 돈과 나와 일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