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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May 07. 2023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권남희 옮김 (문학동네)

"애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걸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라 했던가? 한 사람이다.

죽은 자를 찾아 애도의 길을 떠나는...


이 책의 화자인 기자, 마키노 고타로는

시즈토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거지?..."


정작 질문을 받은 시즈토의 답은 간결하다.


"그저 애도할 뿐입니다."

종교나 단체도 아니고, 신의 가르침이나

교단의 수행도 아니다. 그냥 애도할 뿐이라는

시즈토는 심지어 배낭 매고 노숙하는 여행자다.

남이 버린 신문에서 부고란이나 사고사를

찾아 읽고, 그들을 애도하기 위해 떠돌아 다닌다.


기자의 근성인지, 특종을 찾는건지 모르겠지만

마키노사람은 인터넷상에서

 '애도하는 사람'을 찾아 다닌다.

누구라도 제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에게

가끔씩 전갈이 날아든다. 생생한 현장 묘사로...


봤어요, 봤어요. 분명 그 사람이에요.
중학생이 투신자살한 맨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구요.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고요. 그 사람이
틀림없어요.

이 쪽도 발견. 배낭을 짊어지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맞죠?
...그 사람이 무릎을 꿇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했어요...

p.208


시즈토가 애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는 고인을 기억할 때, 죽음의 비참함과

비애가 아니라 긍정적인 면만 기억하기로...

어떤 인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적이 있는가? "

(p.265)


애도를 위해 떠돌아 다니던 시즈토는

정작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에게는

 임종 즈음에서야 환상의 조각처럼

나타나고야 다. 그녀에게 들려 오는

 '애도하는 사람'인 아들의 목소리...


...늦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해준 사람입니다.
당신은 내가 깊이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사람입니다.
(p.640)


바로 이 세 문장을 얻기 위해 이 책이

지금의 나를 홀연, 찾아와 주었나 싶다.

꿈 꾸는 봄 날, 하늘나라로 꽃 구경 떠나신

엄마에게 해 드리고 싶었던 세 마디의 말.


엄마는 나를 사랑해 준 사람입니다.
엄마는 내가 깊이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내내, 여전히
내가 사랑할 사람입니다!!!

p s. 게으른 애도를 함께 해 준,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에게

무한한 응원과 감사를 보냅니다!!!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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