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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May 20. 2023

H마트에서 울다 1

나도 울다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잔뜩 울 준비를 하는 에만 며칠이 걸렸다. 내가 아는 누군가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는 한 권의 책. 어머니의  부재를  온 몸으로 겪어 낸 상실의 기록과 마주하기 전에 치른 경건한 의식이다.


나도 불과 몇 달전, 엄마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작가와 같애도의 터널을 지나고 있기에...


한국계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미 자우너는 몽환적인 팝밴드,

[재패니즈 브퍼스트]라는 인디그룹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고 한다.

책 안쪽 표지 사진

그녀의 밴드는 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고 하지만, 무슨 장르인지 잘은

모르겠다. 다만, 몽환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 글 맨 아랫 쪽, 유투브 공유 참조)


빌보드 최고앨범 50(2021년)에도 선정이

되었고,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도 두 번이나

올랐었다고 하니 대단한 그룹인 모양이다.


이 멋진 뮤지션이 쓴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은 심지어 뉴욕타임즈에서 60주 이상이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중이라고도 한다.


이제 나도 뉴요커가 된 듯이 미 자우너의

울음 속으로 파고 들려니 약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앉는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H마트는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대충 번역하자면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이란 뜻이다. (p.9)



 자우너의 엄마는 H마트에서 쇼핑한 재료로

딸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자연스럽게

H마트는 곧 엄마의 흔적이었다. 낯 모르는 어떤

아이가 뻥튀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하나씩 집어

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음이 터질만큼.


역시, 처음부터 제대로 걸려 들었다.

책을 읽다가 초반에 무너고 만다.

"울긴 왜 울어"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뿜어져

나온다. 너무 깊은 애도조차 표출하기 힘들었던

나의 심장 한 구석을 묘하게 찌르는 말이다.


'울면 좀 어때!!!'


조금 쉬어가자. 억지로 눈물 훔치려 하지말고

잠시 책을 덮는다. 게으른 애도를 온 마음으로

흡수하기로 작정한다. 로 이 때다. 몽환적인

 자우너의 노래와 연주에 빠질 수 있는.


To be continued...



https://youtu.be/aA5l2qsX_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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