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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May 20. 2023

H마트에서 울다 2

울면 좀 어때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자우너의 엄마는 엄한 사랑, 그 이상이다.

외동딸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도 애면글면

보호본능을 발휘하기보다는 '어서, 일어나!!!'

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게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녀의 엄마가 일찌감치 딸에게 가르쳤던 것

 하나를 소개하는 대목이 있다. 10퍼센트의 여백이 그것이다.

누군가를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
혹은 사랑받는다고 믿더라도
절대 네 전부를 내 주어서는 안 된다.

항상 10퍼센트는 남겨 두어라.
네 자신이 언제든지 기댈 곳이 있도록...

(p.35)


그야말로 셀프 안식처다. 마음 속에 마련해 두는 안전한 여백의 케렌시아를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그러기에 하늘이 무너질 만큼의 슬픔을 견디어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득, 울 엄마는 어떤 말을 남기셨는지 

가만히 떠 올려 본다.


    "지는게 이기는거다.
      남들에게 득바득 이기려
      애쓰지 말고 그냥 져라.

     그게 곧
     이기는거니까"


엄마는 이렇게 말씀 주셨다. 남들보다 한참 어눌하기만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해 주시던 그 말 끝에 '너도 살아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추임새도 덧붙이셨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말을 실천해 왔던가?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드디어,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슬픔을 잠궈 본다. 카페 한쪽 구석에서

훌쩍대기에는 민망하고 무안하니까.  투병중인

어머니의 고통이 미셸 자우너를 울린다.

나는 양 무릎을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러다가 정신없이 딸꾹질했고,
또 그러다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마구 헐떡였다...(p.203)

참아 온 눈물을 터트린 딸에게 어머니의 따뜻한

한국말이 전해진다. 평생 들어온 다정한 속삭임.


"괜찮아, 괜찮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오히려

아픈 어머니가 멀쩡한 딸을 위로한다. 어머니의

모성이 죽어가면서도 기어코 딸을 살린다.


미셸 자우너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큰

이벤트를 준비한다. 바로 결혼식이다. 성급한

결혼 제의에 동의해 준 피터와 함께 용감하게

아내와 남편이 되었다. 어머니 앞에서.


병세가 악화되고, 처연한 이별의 순간이 온다. 

마지막 임종의 순간, 딸은 어머니의 모국어로

절규하기 시작한다.


"엄마, 제발 눈 좀 떠봐...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제발. 엄마.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엄마! 엄마!"


나도 그랬다. 임종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기능을 남겨놓고 있 청력라고 한다. 그래서 나 엄마의 귀에 대고 꺼이 꺼이 울면서 가슴 속에서 우러 나오는 고백을 뱉어 내었다.


 "엄마, 사랑해. 내 엄마여서 정말로 감사했어요.   

   엄마,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다시  만나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미셸 자우너는 가족들을

위해 한국음식인 된장찌개를 끓인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남겨진 가족들은 그렇게 서서히 치유를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고 싶어했던 한국의

여행지로 피터와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딸.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 작업  미셸 자우너의 미니앨범 음반세간의 큰 주목을 받게 된다.어머니가 한국에서 찍은 20대 시절의 옛날 사진을 커버로 만들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으로 만든 범이다.


동시에 미셸 자우너가 레코드판의 발매와 함께 해외공연도   조금씩 써 내려 갔던 에세이 '사랑, 상실 그리고 김치'가 [글래머]라는 잡지에 '올해의 에세이' 로 선정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미셸 자우너에게 일어난 마법같은 일들은 어머니의 모국인 한국, 홍대의 콘서트 홀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미셸 자우너가 노래방에서 그녀의 이모와 어머니가 부르던 애창곡, 신중현의

'커피 한 '을 최선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다.


https://youtu.be/c9oZQMB2j14


나도 슬쩍 유투브를 열고 '커피 한 잔'을 찾아서 듣고 따라 부른다. 하늘에서 울 엄마가 펼쳐주실 특별한 마법을 간절히 기대하면서 내친  김에 엄마의 애창곡 '개나리 처녀' 한 곡 뽑아 본다.


https://youtu.be/lu7scJIpOlQ


 "엄마, 사랑해요. 저는 요즘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꽃 구경  잘 하고 계시죠."


                   엄마의 큰 딸 올림...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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