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로운 바위
나만의 힐링장소를 찾는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가 살짝 소진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하자.
다시 오지 않을 황금같은 시간들이다. 순백으로
맞이해 주는 경희궁이 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토닥토닥 옮기는 걸음마다 힐링의 맥박이 뛴다.
파란 하늘이 흰 눈길과 함께 사이좋게 어우러진다.
겨울은 이제 곧, 찬란한 봄에게 마중인사를 하리라.
내 가슴 속 차가운 기운도 봄 맞이로 따뜻해지겠지.
봄이 오면 또한 궁궐은 활짝 꽃 피어 만개할테니
찬란한 기다림으로 들숨과 날숨을 쉬어도 좋겠다.
긴 호흡으로 살아있는 계절을 맞이할 수 있도록.
생각하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다. 궁궐의 누각이 서로를
바라봐 주고 보듬어 주는 곳에서 홀연히 하늘을 우러러 잠시멈춤의 고요함을 만끽한다. 시간도 천천히 간다.
누군가 밟고 지나간 길에 고운 발자욱이 새겨져 있고,
재잘재잘 수다가 어우러졌을 법한 상상이 펼쳐진다.
그렇게 궁궐은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내가 최애장소로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아끼는 상서로운 바위 서암, 오늘은 쌓인 눈으로 인해 통제구역이 되었다.
아쉬움에 지난 번 찍어둔 사진을 대신 소환시켜 본다.
사진 속의 서암은 여전히 다정하다. 한없이 듬직한 바위, 서암의 상서로운 기운을 듬뿍 받는다. 여전히 적응중인
퇴직 후 Dday+40일째의 세레모니를 쉼표로 찍는다.
p.s. 오랜 시간을 조직의 시계에 맞춰 살아왔기에,
스스로의 자율적인 시간에 일상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차츰 적응해 나가는 중이라고 애써
셀프 위안을 해본다. 하루하루의 자율시계가 삶의
수레바퀴를 조화롭게 운행해 나갈 것임을 믿기에♡
2025. 2. 9. Dday+40
es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