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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_Dday+80

머니 북(가제)프로젝트 3

by 에스더esther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돈 이야기


톨스토이의 소설 속 ‘파흠’


1.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돈 이야기를 욕망의 차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속, 파흠이라는 농부의 이야기를 가져와 본다. 그는 작은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언제나 더 많은 땅을 가지길 꿈꿨다. 땅이 넓어지면 곡식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고, 부유해질 것이며, 마을에서 존경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낯선 사람이 찾아와 파흠에게 믿기 어려운 제안을 했다.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법이 있습니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걸어 다닌 모든 땅이 당신의 것이 될 수 있소. 하지만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그 땅을 모두 잃게 될 것이오.”


파흠은 이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능한 한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비옥한 평야를 지나, 푸른 언덕을 넘었다. 그러나 더 나아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 가면 더 많은 땅을 얻을 수 있어.’ 그는 쉬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해가 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필사적으로 출발점으로 향했지만, 그의 심장은 과도한 욕망을 감당하지 못했다. 출발점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그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파흠은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2미터 남짓한 무덤이 파였다. 그가 평생 원했던 땅, 기어코 손에 넣으려 했던 부, 결국 그에게 필요한 땅은 자신을 묻을 작은 무덤 한 평뿐이었다.


2. 끝없는 욕심이 불러온 비극


세상에는 파흠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 더 많은 돈,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원하며 끝없이 달린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돈을 쫓아가며 희생한 것들은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돈을 좇아 바쁘게 살다 보면 건강을 잃는다.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친다. 마치 파흠이 끝없는 땅을 차지하려고 달리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사람들은 돈을 위해 달리다가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놓쳐버린다.


어떤 사람은 더 큰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고,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 무리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삶을 잠식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보다 돈을 버느라 바쁜 등을 더 자주 보게 되고, 부부 사이의 대화는 줄어든다. 결국 돈을 위해 희생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삶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3. 가난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꿈


돈이 없어서 슬펐던 이야기 한 가지를 더 소개해 보기로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6개월 앞둔 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의 부모는 가난했다. 아버지는 매일 공사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행상을 했다. 결국, 가족을 돕기 위해 그 학생은 은행에 지원을 했고 합격의 소식을 부모님에게 안겨 드렸다. 합격한 은행에 가기 전 학생에게는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는 대학입학의 꿈을 가슴 속에 감춘 채 몰래 입시공부를 했다. 부엌에 있는 작은 형광등 불빛에 기대어 한 글자, 한 글자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확신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끝에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을 했다. 은행에 들어가 신입연수를 받던 날,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등록금은 당연히 준비되지 않았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입학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그 학생은 입학하려던 대학에서 장학금 혜택을 받았기에 등록금은 30만원이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이 100만원이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유리한 수준의 입학금이었다. 바로 그 30만원을 발령받은 부서의 선배 한 사람이 슬픈 학생을 대신하여 자원해서 내 주었다. 학생은 일단, 등록하고 오라는 선배의 말에 부리나케 등록을 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낮에는 은행에 다니고, 밤에는 대학에 다니는 주경야독의 세월을 보낸 후에 그 학생은 어른이 되었다.


바로 나의 이야기다. 어른이 된 나는 그 선배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자 애를 쓰면서 살아왔다. 나비효과처럼 선배의 선행은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키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물론, 선배의 등록금 30만원은 무한의 가치로 슬픈 돈 이야기를 기적의 드라마로 바꿔 놓았다. 평생을 잊지 못할 내 인생의 드라마이다.


4. 돈의 가치와 철학


우리는 종종 돈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돈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돈 자체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선배가 어려움에 처한 후배를 위해 사용한 30만원의 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던 것처럼.


돈은 욕망을 위해 쓰일 수도 있고, 행복을 위해 쓰일 수도 있다. 욕망을 위해 쓰는 돈은 끝이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다. 반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쓰는 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진정한 부는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돈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돈을 통해 배움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돈의 올바른 가치다.


5. 슬픈 돈 이야기가 기적을 일으키다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톨스토이의 소설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주인공, 파흠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물론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파흠처럼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가진 것에 만족하며 소중한 것들을 지켜간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면 돈의 가치는 무한대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결국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한한 돈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쫓아 달리기 전에,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목포야경>


p.s. 머니 북(가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톨스토이 소설 속 파흠과 함께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지난 추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내가 소환되어 참 좋다. 문득, 지난 연휴 때 다녀 온 목포여행이 생각난다. 그 때도 지금도 그저 좋다.


2025. Dday+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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