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독서

쇼코의 미소_최은영_문학동네

by 에스더esther


'쇼코의 미소'를 읽는다.


지금은 한 낮, 태양이 강렬한 빛을 쏘아대고 있다.


쇼코는 일본 바닷가 소도시에 살았다.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왔던 해, '나'를 만났고 일주일동안을

함께 지냈다.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쇼코는

열흘에 한번씩 '나'와 '나의 할아버지'에게 정성껏

편지를 보냈다. 그러다가 소식이 끊겼다.


'나'는 쇼코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어 그냥 잊고 지냈다. 대학시절에 캐나다로 교환

학생으로 나갔던 '나'는 우연히 미국 뉴욕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쇼코의 친구를 만났고,

쇼코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바닷가 마을을 떠나지 못한 쇼코를 만나기 위해

'나'는 직접 일본 쇼코의 집을 찾아갔다. 쇼코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고, 죽은 물고기처럼

마루 기둥에 머리를 기대어 섰다. '나'는 입을 약간

벌린 채로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 보는 쇼코가 보기

싫어 그냥 쇼코의 집을 나왔다. 시간은 훌쩍 흘렀다.


<쇼코의 미소_앞표지>


대학을 졸업한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안은 채 영화 아카데미를 다니고, 단편영화도 만들어

독립영화제에 출품도 했다. 시나리오도 썼다. 그러나

어떤 공모에서도 '나'는 낙방을 거듭했다. '나'는 그저

생각했다. 꿈은 '죄'라고. 그건 꿈도 아니라고.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
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나'는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실을 인정

하기 싫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점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 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할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니, 직접 혼자 살고 있는

'나'를 찾아 오셨다. 쇼코의 편지를 직접 들고 온 것이다.


고향에서 물리치료 선생이 되었다는 쇼코는 폴라로이드

사진도 편지에 넣어 보냈다. 사진 속에서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고 있는 쇼코가 보였다. 쇼코의 편지를 건네고는

할아버지가 떠났다. '나'는 편지를 읽는다.


소유에게

잘 지내니?

......,,,,,,,,,,......

날 용서해주기를 바라는건 아니야.
그냥 내 마음이 편하려고 이런 편지를
썼다고 욕해도 좋아. 사실 그렇기도 하니까.
이제 조금은 내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라.
종종 편지할께.

쇼코


쇼코는 아팠었다고 했다. 자살시도를 막기 위해 쇼코의 고모와 할아버지가 곁에 꼭 붙어 있어야만 했다고. 종종

편지를 쓰겠다는 말로 편지는 마무리가 되었 다. 쇼코는

긴 우울에서 벗어나 물리치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쇼코의 편지를 전해주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셨지만

몇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거의 2년 동안 병을 앓고 난

후였다. 할아버지의 부재 뒤에 쇼코는 그동안 나눴던

할아버지와의 편지를 가지고 한국으로 왔다. '나' 와

지내며 할아버지가 쓴 편지의 내용을 영어로 읽어주고

떠나는 쇼코를 '나'는 어정쩡하게 껴안아 주었다. 몸은

약간 떨어져서 팔로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포옹이었다.


<쇼코의 미소_뒷 표지>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쇼코의 모습을 기억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보딩패스를 내밀고 자동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는 쇼코의 얼굴, 예의바른 웃음으로 '나'를 향해

웃던 쇼코의 미소.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바라보며

서늘해 졌던 '나'의 마음이 다시 서늘함을 느끼더라는

고백으로 마무리 되었다. 쇼코의 미소가 서늘했다.



<한 낮의 미소>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