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들어온 도시.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보아야겠다.
이 다짐은 꽤나 여러 번 했던 것이지만, 이번엔 조금은 더 오래갈 것 같은 느낌.
베를린은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한 것 그대로였다. 뮌헨은 어떤 면에서는 아쉬웠고 어떤 면에서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면, 베를린은 상상했던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모던함과 심플함. 그 안에서의 감각적인 비주얼은 도시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수학의 어려움을 알기 전 한창 건축디자인에 빠져 있을 무렵, 무척 좋아라 했던 건축 스타일이 베를린의 건물들에 묻어나 있었다.
베를린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그래서 그만큼 변화가 필요했을까. 지금까지 봐온 다른 유럽의 모습과는 달리 현대적인 모습이 주가 되어있었다. 독일을 생각했을 때 그려지는 어두우면서도 고풍스럽고 웅장하기를 기대했다면 충분히 아쉬울 만도 하다. 그렇지만, 도시마다 지역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듯이 나는 베를린의 느낌에 푹 빠졌다.
감각적인 디자인들. 예술을 지향하고 지나치게 꾸민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것과 공존하는 느낌. 지하철로 내려가는 공간에서도, 길거리 상점에서도 베를린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었고 단순한 광고 포스터 조차도 감각적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길거리 포스터가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오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관광지들도 무척 좋았다. 기존 다른 나라들의 관광지를 둘러볼 때면 멋지다, 예쁘다를 연발했다면 이곳에서는 예로 홀로코스트 기념비나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같은 경우, 역사적 사실과 그 장소의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더 많은 감정이 들게 했다. 기괴하고 삭막한데 가슴 한편은 먹먹하게 하는 곳도 있었고 장난스럽기도 하고 지극히 추상적임에도 전하고자하는 바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소도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베를린은 나와,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과 닮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적이고 모던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반성하고 기억하며 그것을 미적으로,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승화하는 모습. 분명 메세지를 전달하지만, 그것을 그리 무겁게만 전달하지는 않는다. 자국의 숨기고픈 역사를 모두가 인정하고 그것을 반성하며 공부하는 독일인들. 슬펐던 역사를 예술로 승화하여 다 같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모습. 나 또한, 그것이 나의 감정이던 내가 전달하고픈 메세지이던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해내는 일을 하고 싶다.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너무 딱딱하지만은 않게, 메세지를 전달하되 즐겁게, 편안하게 즐기는 삶이 되도록.
실은 더 돌아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조만간 꼭 다시 올 수 있길. 그때는 독일어를 보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베를린. 더 더 담아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