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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Aug 22. 2015

단 하루의 여행, 뮌헨

잊지도 말고, 다시 돌아올 거야.

떠나기 싫었던. 뮌헨.

파리를 떠나 도착한 뮌헨, 독일과의 첫 만남.

2박  3일이지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였다. 독일 문학을 공부하신 엄마의 영향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어릴 적부터 독일의 그 느낌을 궁금해하고 좋아해온 만큼 독일에 대한 기대가 컸다. 뮌헨에 도착한 첫 날. 그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처음으로 직접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도 그야말로 최고였다. 중심지에서 벗어난 지역, 어릴 적 지냈던 미국 서부의 주택가와 비슷한 느낌. 공원, 주택, 학교만이 모여있는 이 동네는 밤이 되면 정원에 뿌리는 스프링클러 소리가 해변가의 파도소리 같은. 그 자체로 아늑하고 낭만적인 동네였다. 우리가 지낸 곳은 주인 아저씨가 공들여 가꾼 뒷마당이 있는 적당한 크기의 2층 집이었다. 독일 가정집에 홈스테이를 하는 느낌. 아기자기한 방과 곧바로 정원이 보이도록 이어지는 우리만의 발코니가 참 마음에 들었던. 야외정원에서 먹은 주인 아주머니가 정성껏 만드신 듯한 빵과 잼, 버터. 과일에 곁들인 아침은 종종 생각날 것 같다.



1층의 작은 방에 우리보다 일주일 먼저 지내고 있던 이탈리아 남자애와 같이 식사를 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본인의 고향인 이탈리아를 떠나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이 아이는 우리보다 두 살 어린 고등학생이지만 외모만큼이나 멋진 마인드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홀로 이곳에서 뮌헨 랭귀지 스쿨을 다니는 이 친구는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다양한 언어를 한다. 주인 아주머니와 열심히 독일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평상시에는 영락없는 남학생이지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스무 살이 된 우리보다 한층 성장해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붙임성 좋은 이 친구는 일요일인 탓에 음식점을 제외한 모든 곳이 문을 닫아 계획이 틀어진 우리에게 독일에서의 낮맥을 선사해주었다. 야외테이블에서 오전 11시에 마시는 독일 생맥주는 여름 이맘때만 되면 계속 생각나지 않을까.


그 다음으로 그가 우릴 데려간 곳은 뮌헨의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공원. 단순한 공원이 아니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워터파크. 물살이 꽤나 센 계곡이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길게 이어져있다. 서핑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이동하는 중에 새로운 친구들도 소개하여 주었는데 역시나 혼자서 여행 온 러시아 남자애 둘. 개구쟁이 같다가도 참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값지게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여섯이서 계곡으로 향했다. 물론 수영복은 없었고 겉옷만 벗어던진 체로 다 같이 물속에 뛰어들 때는 정말 꿈을 꾸는 듯했다. 물살은 정말 세서 마지막에는 정신력으로 죽기 살기로 버텨야 할 정도. 그렇지만 그저 행복했다고 단번에 말할 수 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과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삶의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 어떤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경험이지 않을까.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그것이 바로 행복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친구들과 또 새로운 멋진 사람들과 함께한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해야지. 그리고 또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이 느껴야지.


뮌헨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더 오래 있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 커서 마냥 즐겁지만은 못하다. 다시 와야지. 느끼는 것이 많아서 생각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진다. 아직 여행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 참 많아질 것으로. 잘 정리되지 않은 그대로의 감정들. 그 자체로 값지다.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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