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첫 유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스블루 Aug 26. 2015

드레스덴 그리고 생각의 조각들

짧은 시간이어도 충분해요.

마지막 독일, 드레스덴


작은 도시. 그 안에 담긴 고풍스럽고 웅장한 모습들. 열심히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는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 이 순간 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비록 게으른 탓에 바로 바로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이 자체로 행복하므로 쓰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지는 않으려 한다.



여행 중 적어둔 생각의 조각들

여행


처음으로 떠나는 보호자가 없는 여행이었고, 처음으로 떠난 유럽으로의 여행이었기에, 처음으로 우리 셋이 떠난 여행이었어서. 한 번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은 촉박한 여행이 된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대로 우리는 그 안에서 여유를 찾았고 시간을 그저 흘러 보내기도 했으며 기분 좋은 밤이면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얻는 날도 있고 무얼 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저 기분 좋게 보냈던 하루들도 있다. 


여행이란 것이 열심히 준비해서 떠나지만 정작 그 날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어서 설레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 여행은 한 곳에서 더 오래 지내면서 그곳의 분위기와 정서를 더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몸은 죽도록 힘들지만 마음은 너무나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게 여행인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 내가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여행, 자주 하고 싶다.

 


사람 구경


사람을 구경한다. 그 나라의 유적,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내가 또 하나 좋아라 하는 것은 사람 구경. 나는 알 수 없는 하루를 살아가고 그렇게 생겨난 감성을 갖고 있을, 정말 지나가는 아무나를 구경한다. 그가 또 다른 여행객일 때도 직원일 때도 그저 지나는 현지인일 때도 있다. 그 사람을 딱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을 기억한다. 그러고는 찬찬히 살펴본다. 어떤 눈을 가지고 있고 머리는 어느 정도 헝클어져 있으며 옷은 어떤 식으로 입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본다. 간혹 기차에 타있다던가 카페에 앉아있을 적이면 그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얼하러 가는 길일까, 무슨 좋은 일이 있나, 지금 기분이 어떨까. 등등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꽤나 재미있고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내가 보다 넓은 세상에 속해 있는 느낌도 들고 더 담아낼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물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혹여나 그것을 잃어버린다면 그 기억과 감정도 잊게 될 것 같아서. 그렇지만 이번에는 잊을 것을 두려워하기보단 잊지 않기 위해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각, 베를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