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반이 지나고 있었다.
보기에는 참 예쁘고 작은 곳이었다. 어찌해서 알게 된 팁투어를 듣게 되었는데, 기존의 투어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이드분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마다 시간에 대한, 여행에 대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가이드 투어는 꽤나 조심스러운 일이라 하셨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프라하 투어 가이드 그룹을 만들었는데, 이는 팁투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전 예약이나 아무런 정보 교류 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그저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이드의 투어에 참여한 후, 투어가 끝나고 원하는 만큼 가이드에게 팁을 주는 형식이다. 가이드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중간에 빠져도 되며 투어가 자신에게는 어느 정도의 가치로 와 닿지 않았다면 가이드에게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가이드를 따라 설명을 들으며 관광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스스로 차근차근 느끼고 싶은데, 어릴 적 따라 다녔던 투어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내게 쏟아붓는 느낌이라 새로운 것을 얻는다기 보다는 쉽게 지치고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프라하 팁투어도 나보다는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리고 프라하성을 다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계획에 넣게 된 것이다. 그간 독일에서는 지극히 나만의 유유자적한 스타일로 여행을 했고, 팁투어야말로 나의 마음에도 어느 정도 들고 친구들 또한 유익한 이야기도 들으며 프라하를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투어의 첫 미팅 장소로 향했을 때, 난 길 찾을 필요도 없고 자료조사도 안 해서 편하지만 과연 팁투어가 우리의 프라하 일정 중 하루를 할애할 만큼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을 해도 셋이서 함께하는 여행은 그저 즐거웠지만.
미팅 장소에서 처음 가이드분을 만났을 때, 프라하의 전경이 아름다워서 였을까. 분명 가이드라기엔 굉장히 인상이 강하고 독특한 비주얼을 지니셨음에도, 나는 그간의 걱정을 싹 잊고 열심히 투어를 즐겼다. 그만큼 강하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분위기를 지녔고 단순한 정보가 아닌 메세지를 전달하는 분이셨다. 프라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프라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었달까. 특히나 존 레넌 벽에서와 투어의 처음과 마지막에 해주었던 그의 이야기들은 여행의 중반을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이 곳이 며칠 전에 본 그 곳 같아지고, 칼칼한 김치찌개와 흰쌀밥이 그리워질 즈음,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나니까 나대로라는 생각에 그렇게 정해왔던 일들이, 해왔던 생각들이 하나 둘 깨지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런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그것 또한 나다운 것 중 하나라는 생각에. 그리고 나다운 것이 무엇이고 어떤 행동이 그것에 어긋나는 것인지 판단하기 보다는 있는 그 자체의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그 어느 때보다 잘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