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빈으로
확실히 잘 사는 듯한 느낌을. 화려하고 부유하단 느낌보다는 간소하지만 다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도시의 모습 또한 그랬다. 건물들은 물론 도시 전반의 분위기가 화려하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기품 있었고 나름대로의 멋이 살아있었다. 오스트리아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던 곳.
특히 기억나는 장소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전 같던 국회의사당과 웅장한 성당 같던 시청사.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 해 질 무렵 방문한 두 곳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침 신시청사에서는 필름 페스티벌이 진행 중이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는데, 특히 시청 앞마당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된다는 점이 여느 페스티벌과는 차별화된 점이라 할 서 있다. 아마 한 달 이상 진행되는 페스티벌이라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창 페스티벌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느 페스티벌의 밤과 다름없었지만 마냥 신나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왜인지 모르게 여유 있고 편안하게 시원한 밤을 즐길 수 있었다. 거나하게 취해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도 없었고 필름 상영 시간이 되자, 전광판의 안내에 따라 모든 음료와 음식을 내려놓고 시청사 건물에 설치된 큰 스크린 앞, 쭈욱 펼쳐진 좌석들에 하나둘씩 모여 앉는 모습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안겨 주었다. 이런 모습들은 참 눈여겨 볼만하다는 생각에. 보기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빈에서도 신나게 움직임.
creeper sleeper dreamer thinker
-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들 중 한켠에 있던 글귀
중학교 미술시간, 그때의 나는 물론이고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도 큰 영향을 주었던. 우리의 감성과 감각을 마구 괴롭혀주신 미술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 무엇을 주어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을 그때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