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첫 유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스블루 Aug 29. 2015

늦은 밤, 좋은 생각들.

오로지 휴대폰 불빛에 의지하여 메모장에 써 내려간.

인생의 절반을 잠으로 허비할 거냐는 말을 어머니에게 줄곧 듣는 나이지만, 어떤 날이면 아무리 피곤한 하루였더라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한 달 간의 여행 중에도 물론 그런 날들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럴 때면 휴대폰 메모장에 무작정 적어내려 갔다. 그 날의 감정, 생각들. 때를 놓쳐 하지 못한 말들. 그렇게 하루 동안, 혹은 오래 동안 쌓아둔 조각들을 풀어내고 나면 나는 비로소 잠이 든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가고 많은 것을 느끼면서 나는 참 많이도 썼다. 쏟아냈다. 낯선 방, 낯선 침대 위에 누워, 작은 휴대폰을 눈 앞에 바짝 들고 양 엄지로 오래도록 두들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곳에서 남긴 이야기들.


inspired


인생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
세상은 빨리하라고 나를 부추기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흔히 청소년기에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주변의 작은 어떠한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그랬고 나름대로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진정한 나란 무엇이고 그 방향성과 가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하고 경험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시기가 나에게 외부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로 느껴진다. (아마도 나는 시간이 흐르면 또 흐르는 대로 지금이 중요하다고 말하겠지)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생각은 확고하다. 하지만, 20대라는 이 시기가 나의 그 생각들에 더 살을 붙이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저 희미하게 꾸려나가던 나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이 이 순간 순간들로 인해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으며 간혹 다른 길도 가보고 다른 생각도 해보겠지만 사람들이 청춘이라 말하는 이 시간이 결국엔 내가 진정 ‘나'일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20150719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전에 아이콘 티비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된 이호재 감독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셔서 관심 있게 찾아봤었다. 이호재 감독님과 그 팀 Surplus 서플러스의 첫 영화. 호재, 하비, 현학, 휘.


무더운 로마의 여름, 그 날의 숙소는 에어컨이 없었고 우리는 저 선풍기 아래에 모여 더위를 이겨내야 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 노래도 듣고 수다도 떨고 영상도 찾아 보다가 우연히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풀영상을 찾게 되었다.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영화를 찾게 된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바로 자기엔 아쉽기도 해서 영상을 시작했다. 조금만 보다가 일찍 자야지 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정말 근 두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새벽 3시, 내일은 밀라노로 이동해야 하는데 잠은 언제 자나. 먹을 거 다 먹고 잠도 편하게 자고 이동도 편하게 하는 한 달간의 여행도 마냥 편치만은 않은데 장장 1년간의 무전 유럽여행이라니. 그저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부럽다. 멋지고 무모한 도전을 해내는 그들을 보며 내가 괜히 설레여서 좋았기도 했고. 나도 그렇게 멋지게 살아야겠다 싶기도 하고. 도전이랄 게 마냥 거창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작은 도전들을 거듭하면서 어느 순간 큰 도전들도 하고 있을 나를 그려본다. 굳이 꼽아보자면 지금 나는 끝까지 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것을 잘 해내던 몽땅 망쳐버리던 끝까지 가는 것. 연습하는 중이다. 이번 여행도 끝까지 잘 마무리 하자. 즐겁게.

#20150721#20150722



매거진의 이전글 수면의 꿈, 베네치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