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아요.
잘츠부르크에서 하루를 보낸 후 그 중앙역에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 두시가 다 되어서 베니스행 야간열차를 탔다. 유레일패스의 할인 적용으로 침대가 4개 있는 칸으로 예약할 수 있었지만 말이 침대였지 내가 잠을 청한 2층 침대는 몸을 조금만 비틀어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다. 뭐 이 한몸 누일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은 우리들은 밤새 조금 춥기는 했지만 그 비좁은 곳에서 모두 잠들었고 눈을 떠보니 오스트리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넘어와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베네치아, 흔히 말하는 베니스. 곤돌라가 떠다니고 알록달록 수로를 따라 지어진 집들이 낭만적인 곳이라 알려져있다. 그러나, 씻지도 못하고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마주한 베네치아는 낭만은 무슨 너무 더웠다. 분명 아침인데 해는 중천에 떠서 저녁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변이 온통 물인 탓에 습한 정도는 우리나라 장마 기간을 능가했다. 친구가 잡은 숙소가 에어컨도 있고 좋았기에 그나마 마음이 놓였지 베네치아와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다.
피로가 쌓인 탓도 있었지만, 베네치아에서의 첫날을 표현하자면 꿈속 같았다. 먼 바다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잔잔히 때로는 강하게 부딪히는 파도소리. 그리고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와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 정말로 정말로 덥고 습한 날씨가 우릴 힘들게 했지만, 가만히 베네치아를 느껴보면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꽤나 평온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한 미술관의 야외정원에 앉아 (역시나 물이 바로 앞에 있고 저멀리 넓은 바다가 보이는) 친구들과 지친 몸을 쉬고 있었는데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나는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행동은 그 곳뿐만이 아니라 배 위에서나 바닷가에나 어딜 가서나 반복되었다. 그래서인지 베네치아에서의 첫날은 꿈이었던 것만 같다. 졸다 깨다 했으니.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중 가장 이국적이었던 도시. 그 곳을 떠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