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은 괴팅엔에서 직접 촬영한 필름 사진입니다.)
난 저런 애들이 좋더라.
겉으로는 온갖 강한 척은 다하면서 알고 보면 저렇게 마음이 여려.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미술 시간이었고, 당시 우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는 독특한 성격에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기로 유명하셨어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혼이 났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아마 그날도 어김없이 선생님께서는 제가 열심히 그려간 그림에 대해 다른 친구들 앞에서 짓궂은 평가를 하셨을 거예요. 다른 때 같았으면 저도 지지 않고 이상한 농담을 던지거나 그저 웃어버렸을 텐데, 그 날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어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몸이 안 좋으시던 외할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누구에게든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차가운 미술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울면서 그대로 말했어요. 당황한 친구들이 저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자, 그 이상하던 선생님께서 살짝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난 저런 애들이 좋더라. 겉으로는 온갖 강한 척은 다하면서 알고 보면 저렇게 마음이 여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 때문에 참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을 텐데, 멀쩡히 평소랑 다름없던 애가 수업시간에 교실바닥에 주저앉아울다니. 중학생이나 돼서 창피하지도 않았었나.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저 일이 생각이 났고, 또 다시 돌아보니 저는 정말 뜬금없이, 혹은 다른 이들이었다면 참고 지나버렸을 상황에서 울어버렸더군요. 더 어렸을 적에는 친구를 돕겠다며 괜히 나섰다가 결국엔 모두 앞에서 울어버리고, 또 한 번은 동아리의 책임자로서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다가 눈물이 나서 이를 악물고 끝까지 이야기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다 뭔가 좀 해보려다가 울었네요.
이쯤 와서는 “뭐야, 얘 지금 자기 울보라고 광고하는 거야?” 하시겠지만, 저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싶거나 두려워서 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눈물이 나도 제가 할 말, 전해야 할 것들은 모두 전해야 마음이 풀렸어요. 이전에 어떤 연구결과를 보았는데, 눈물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높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어떤 상황이든 개의치 않고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 하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 결과가 항상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하고 싶어요. 저도 물론 남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제 감정에 솔직하지 않을 때도 많죠. 사람이란 게 상황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수도 없이 흔들리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 자체의 저를 사랑할 줄 알아요. 슬프고 화가 날 때, 울어도 된다고 저에게 말해요. 그때의 저를 받아들이기까지, 상황의 강도에 따라 오래 걸리는 때도 있지만, 저는 저를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저의 모습에 대해, ‘어리다.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안일하다.’ 혹은 저의 미술 선생님처럼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마음은 여리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저는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마음은 여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약해 보이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강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요.
제가 느끼는 그대로를 부끄러워 않고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정말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 투성이인 저이지만, 더 나이를 먹고 진짜 어른이 되어도 지금의 제 마음만큼은 잃고 싶지가 않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하지만, 그 동시에 늦은 밤 혼자 책을 읽고 노래 듣는 시간을 좋아하는 저에게, 스스로를 치유할 줄 아는 능력은 정말 소중하니까요. 여러분도 눈물이 날 때, 한 번쯤은 마음 놓고 울어버리세요. 기왕이면 별로 안 친한 사람들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