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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첫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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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Aug 17. 2015

그래도, 런던

그냥 일기에요. 소소하게.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Hyde Park로 나서서 오랫동안 걸었다.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창한 날씨와 한적한 공원은 날 계속 걷게 하기에 충분했다. 발이 온통 갈라지고 물집 투성이인 나는 물 속에 발만 살짝 담근 채로 친구들을 찍어주었다. 자연스러운 행복이 사진에 담길 수 있다는게 좋았고, 옆에서 뛰노는 귀여운 영국 아이들이 사진 속에 같이 들어온 것이 좋았다.


어릴 적 부터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했다. 어린 애가 볼 수 있는 뮤지컬이 몇개나 되겠냐만은 어린이 뮤지컬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기회가 된다면 꼭 봐왔다. 그것이 뮤지컬만이라기보다는 무대를 좋아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기엔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기에 딱 요점만 말하자면 본고장인 영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한번 영상으로 보았던 작품이라 새로움은 덜했지만,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웅장하게 터져나올 때부터 나는 이미 가슴뛰고 있었다.시간 상 못 가는 걸로 되어있던 St.Paul 성당은 비록 늦게 가는 바람에 전망대에 오르지도, 더 안쪽까지 돌아보지도 못했지만 충분히 좋았다. 몸상태 때문인지 여행 초반 빨리 지쳐버린 나에게 꼭 필요했던 시간. 잠시 앉아 못다한 기도도 드리고, 작은 초에 불을 붙여 꽂아둔 뒤 짧게 또 기도했다. 그 내용은 나와 그분만이.

마구잡이로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내 생각을 더 잘 정리하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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