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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이머시브에 속지 않는 법

관객을 살아 있게 만드는 예술: immersive theater

by artrotopia

공연을 좀 보는 분들이라면, 인터파크티켓에서 최근 3년간 점점 자주 보인 단어가 하나 있을 것이다.


"이머시브 (immersive)"


이머시브 공연, 이머시브 뮤지컬, 이머시브 연극, 이머시브 씨어터, 이머시브 전시... 이머시브+a로 모든 예술 장르 앞에 붙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참여형 공연이 곧 이머시브 공연인 걸까?
내가 본 공연이 "진짜" 이머시브였을까?


이머시브를 조금만 알면 감상이 더 풍부해지고 가짜 이머시브에 속지 않을 수 있다.


이머시브 공연은 ‘몰입’ 그 자체

이머시브(immersive)는 영어로 immerse '액체 속에 담다, 잠기게 하다(to dip)'의 형용사 형태다.

액체 속에 푹 잠겨지는 느낌이 이머시브의 핵심이다. 참여형 공연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이머시브’는 말 그대로 내가 공연 안으로 푹 들어가는 경험이다.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 있고, 배우는 무대 위, 나는 의자에 앉아서 보는 전통적인 공연과는 다르게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인 내가 공연의 일부가 된다. 관객이 없으면 공연이 진행이 안된다. 배우와 함께 공간을 걷고, 함께 사건에 휘말리거나 목격한다. 때로는 관객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단순히 눈앞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고 느끼는 경험을 하는 것이 진짜 이머시브 공연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머시브인가?

공연 제목에 '이머시브'가 붙어서 갔는데, 배우가 가까이 와서 대사를 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했다. 공연장 객석에 앉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 관람했다. 이건 이머시브 공연일까??? 내가 경험한 공연이 진짜 이머시브이자 좋은 이머시브 공연이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이머시브 핵심요소가 있다.



이머시브 핵심요소 3가지 … 두둥!

① 극장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In-its-own world)’ 느낌이 드나요?

이머시브 공연은 극장에서 벌어질 수도, 극장이 아닐 수 있다. 일단 내가 그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공간 전체가 공연의 세계관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 의상, 무대세트, 조명 모든 시각적 효과들이 그 세계관에 몰입하기 위한 도구이자 장치다. 실감 나는 사운드 효과도 중요하다. 이 공간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이 아닌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 그게 바로 이머시브 공연의 시작이다.


“입장했을 때, ‘공연장’이 아니라 ‘어떤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드셨나요?”
그렇다면 첫 번째 통과입니다.


② 관객-나의 존재가 공연을 완성시키나요?

이머시브 공연의 특징은 관객이 '이야기의 손님'이 아니라 공연의 공동창작자가 된다는 점이다.

공연 끝나면 관객도 박수받아야 해!! 관객은 현장에서 특정 배역을 맡을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수도 있다. 관객은 적극적으로 공연 진행을 위해 참여한다. 공연이 끝나면 "그 장면 봤어?"가 아니라 "넌 어떤 이야기를 봤어/경험했어?"라고 이야기하게 되면 훌륭한 이머시브 공연이다.


“관객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두 번째 통과!


③ 공연 안에서 관객과 소통했나요? 신체-감정 다!

이머시브 공연의 핵심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에서 관객은 극의 흐름을 바꾸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이머시브에서는 배우와 같은 권한을 갖는다. 이머시브 공연에서 관객은 '보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고, '행동'한다. 매번 다른 관객들의 다른 반응이 있으니 공연 안에서 살짝의 즉흥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공연 안에서 반응하고 행동했나요?"

세 번째도 통과라면, 진짜 이머시브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HOWEVER ! NEVERTHELESS !


✨ 정말 중요한 두 가지 – '의도'와 '전문성'


④ 그 공연, 무엇을 전하고 싶어 했나요?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주려고 한 건지 아니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이나 생각, 질문을 남기려고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예술이라는 건 ‘메시지/주제’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 오락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의 깊은 고민과 실천이 공연 안에 담겨 있어야 좋은 이머시브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남았나요?”


⑤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이 있었나요?

이머시브 공연은 정말 어렵다... 관객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초대해야 하고, 관객이 스스로 반응해야 하고, 공연의 흐름에 맞게 감정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예술가의 실력이 아주 중요하다. '이머시브'에 대한 지식과 이 공연에 '이머시브'가 필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공연의 완성도까지 예술가의 전문성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공연이 끝까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나요?”

“내가 관객이 아니라, 정말 그 세계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었나요?”


YES라고 답한 당신은 행운의 관객!! 당신이 경험한 공연은 진짜 이머시브네요 !!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을 "Viveur(살아 있는 자)"로 인식하게 한다고 했다. 참여형 공연과는 다른 이머시브만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당신의 관극 경험은 아주 아주 풍부해질 것이다. 상하이에 이어서 우리나라에도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 격인 펀치드렁크의 'sleep no more'가 들어온다고 하니 이걸 기억하고 관람하면 더 재미있을 수도 !


알면 알 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법이니까 !


[참고문헌]

Machon, Josephine, ed. Immersive theatres: Intimacy and immediacy in contemporary performance. Bloomsbury Publishing, 2017. p.93-99

백영주 (2015). "이머시브 연극의 경험성과 매체성 연구." 인문콘텐츠(36): 109-136.


[이미지 출처]

https://emursive.com/experience/sleep-no-more/ “Sleep No More” Punchdr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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