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CHAPTER 1: 중국 (2)

미션을 성공하라!

by 오셍

나에게는 미션이 있다. 내 동생 수영이가 인턴으로 일하던 Regent 호텔 VIP메니져를 찾아가 말린 망고를 전해주고 오는 것이다. 수영이가 중국에서 일 했을 때 그렇게 친구처럼 지낸 사이라고, 혹시라도 중국을 들리게 되면 말린 망고를 가져가 달라고 일 백 번은 얘기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망고를 전해주리라 라고 마음먹었다.


공항에서 나오면 원래 하루에 두 번, 왕푸징 거리로 나가는 버스가 있는데 애매 모호한 도착 시간 때문에 두 개 다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왕푸징 거리로 나가기 위해 양철 색 관광버스를 타고 1시간, 보라색 5호선 지하철로 갈아타고 15분 정도 가야 했다. 중국의 버스, 지하철, 거리, 그리고 사람들은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다가 10년 지기 친구를 마주칠 것 같은 친숙함마저 드는 곳이다. 다른 점 이하나 있다면 있다면 2시간째 체류 중이지만 적응되지 않는 그들의 체취……

왜 나의 후각은 이 냄새에 적응하지도, 그렇다고 마비되지도 않은 채 끝나지 않는 저항만 하고 있는 걸까.


1시간 20분 동안 계속적으로 후각을 공격당하며 드디어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 거리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제일 먼저 내 손에 든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Regent 호텔을 찾았다. 호민 씨가 이 곳으로 들어가면 호텔이라는 말을 따라 들어갔는데 딱 보면 백화점 문이지 절대로 호텔 문 같지 않은 곳이었다. 호텔 로비에 다다르기 위해 정문을 지나 속으로 속으로 걸어가야 했다.

‘뭐야, 개구멍으로 들어온 거야?’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호텔의 내부를 보자마자 1초 만에 그런 생각이 딱 사라질 만하게 큰, 세상에, 내 자취방을 꽉 채울 크기의 번쩍이는 샹들리에가 우리를 반겨줬다. 이 호텔은 일주일 전, APEC 정상 회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묵으신 곳이라고 했다.


“우와, 이게 수영이가 일하던 곳이에요?” 호민 씨한테 받은 깔깔이 같은 노란 기능성 잠바에 파란색 운동화를 찍찍 끌고서 들어가서 이미 나의 목소리는 극심이 쪼그라들어있었다. 눈에 띄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춥지만 춥지 않다고 우기면서 잠바를 벗고 눈으로 리셉션까지 최단 거리를 빠르게 계산 후, 빛 같은 속력으로 리셉션 앞에 도착했다.


“저기, VIP 게스트 매니저, 찰리 씨 찾고 있는데요?” 유창한 중국어로 호민 씨가 도적 상 얼굴에 나름의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는 키 작은 경호원과 얘기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어떤 일로 찾으시죠?”
“제 친구가 여기서 일했어요. 언니가 필리핀에서 동생 부탁을 받고 말린 망고를 전해주려고 왔거든요.”
“잠시만요.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되죠?”
“오 수영이요. 그리고 저는 성호민이고 이 친구는 오세영입니다.”
나는 날 소개하는 말이 나와 억지로 볼 근육을 잡아당겨 미소로 화답했다.

3분 정도 기다리자 찰리 씨가 총총걸음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나의 미션은 성공으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너무 친절하고 좋으신 인상을 가지신 분이셨고, 호민 씨와 나는 연거푸 그녀의 미소와 친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차와 과일을 좀 주겠다고 앉아서 기다려 달라고 하는 호의를 왕푸징 거리를 구경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한 후, 빈 손으로 보낼 수 없다고 방금 도착한 빨간 사과 두 개를 우리 손에 쥐여주시며 꼭 수영이에게 얘기하겠다는 말로 안녕 인사를 하고 드디어 왕푸징 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이미 때가 오후 6시쯤 되어서 뱃가죽은 등가죽에 붙어 호~올쭉해져 있었고 입술은 마른 대추마냥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밥부터 먹죠.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잖아요.”
무표정으로 밥을 찾는 내 얼굴이 좀 공포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호민 씨, 미안해요.. 배가 고파서 그만..


KakaoTalk_20150329_222929832.jpg

왼쪽부터 호민씨, 찰리씨, 그리고 나.

그 다음 날, 바로 SNS에 우리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신 찰리씨. 노란 깔깔이는 호민씨가 잠시 맡아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CHAPTER 1: 중국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