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싸게 합시다~>
내 태블릿은 전용 오디오에 꽂아놓으면 충전이 되는 방식이다. 밥솥만한 오디오를 통째로 가지고 여행을 다닐 수 없지 않은가. 무슨 히피 족도 아니고.. 나의 태블릿을 충전해야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 수영이와 연락이 될 텐데 충전기가 없어서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삼성 체인점이 있길래 들어가서 충전기의 가격을 물어봤더니 190위안이라고 했다. 아니, 무슨 충전기 하나가 4만 원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왕푸징 거리를 돌면서 더 찾아보기로 했다.
빨간 등불이 이곳저곳에 달려있는 것을 보니 중국이 틀림없다. 저녁의 왕푸징 거리는 밝을 때 보다 더 다채롭고 북적 한 거리이다. 중국의 만두, 살아있는 전갈 꼬치부터 오징어 꼬치, 양 꼬치, 바퀴벌레 꼬치, 애벌레 꼬치, 뱀꼬치, 번데기 꼬치, 불가사리 꼬치, 참새 꼬치까지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꼬치를 파는 길거리 노상들이 줄지어 있고 대핀 요구르트, 알록달록한 전통 핀 등을 파는 사람들이, 모두 손님몰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러 꼬치를 판다는 것은 예전부터 TV생생정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접했는데, 그걸 직접 들고 먹으면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이날 밤 꿈속에서 내가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먹는 꿈을 꿨다. 그것도 손가락 두 개 붙여 놓은 크기의 검은색, 다리가 천천히 움직이는……
아무튼 삼성체인이 이곳저곳에 있어서 가까운 곳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저, 삼성 충전기 사려고 하는데요, 이 태블릿에 맞는 걸로요.”
“280위안이요.”
왜소하고 입 튀어나온 상점 아줌마가 바로 대답했다.
“네? 아니, 저쪽에서는 190위안이라고 하던데..”
“그럼 150위안으로 해줄 테니까 사가요.”
‘뭐야 이거? 삼성 체인에, 삼성옷까지 입고 있는데 가격이 바뀐다고? 흥정이 가능해?’ 우리는 둘 다 의아한 모습으로 흥정을 시작했다.
“100에 해주세요.”
“아니, 100위안에 팔면 우리는 남는 게 하나 없어요. 그렇게 못해요. 130위안 까지는 해줄 테니까 그럼 그렇게 사가요.” 하며 급하게 영수증을 써주려는 아줌마.
“아, 안 해요. 100위안에 해주세요, 저희 학생이라 돈도 없어요.”
“100위안에는 글쎄 못 판다니까?”그러더니 주변 동료들에게 100위안에 해달라고 한다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얘기를 했다.
우리도 지지 않으리 다짐하고 보란 듯이 상점을 나오려고 뒤를 돌았는데, 갑자기 찢어진 눈 아줌마가 오른 손을 높이 들고 우리를 향해 소리치셨다.
“110위안!”
나는 보았지. 그 아줌마 왼쪽 목에 선 파란 핏줄을.
샤바샤바계의 한 획, 호민 군. 감사합니다..
드디어 11시간 비행을 눈 앞에 두고 네덜란드 행 비행기를 탔다. 스위스로 한번 향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옆에 중국인아저씨가 앉았는데 제발 제발 제발 나를 향해 말을 하지 않아줬음 좋겠다. 당신 저녁 먹고 그냥 자는 거 다 봤어……
•데워서 먹는 플레인 요쿠르트 •자네, 혓바닥에 똥침이 필요한가?
•안녕? 우린 번데기와 바퀴벌레야. 케미가 넘치지 • 어이 당신, 우리를 감히 먹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