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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Mar 27. 2023

디스크 환자의 생활 I

스트리밍은 내 친구

디스크로 길바닥에서 쓰러지고 난 후 집에 와서 최대한 쉬려고 했고 최대한 누워서 지내려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물리 치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요가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러는데 나는 서울대병원 정선근 선생님의 말을 따라서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 외에는 안 하기로 했다. 일단은 아직 회복 단계니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깐 티비를 가까이하고 지내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넷플릭스와 애플티비가 무료한 기간에 딱이었다. 게다가 강제로 누워있다 보니 여태 시간이 없어서 안 보던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프기 전에는 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호흡이 짧은 시트콤이나 다큐멘터리만 주구장창 봤다. 원래 스트리밍 서비스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좀 더 풍부하게 보기 위해서 애플티비까지 구독하기 시작했다.

우리집 티비는 아니지만 매우 비슷하다. 구글 크롬캐스트 만세.

애플티비는 영화는 매우 많은 편이었는데 대부분 결제해서 봐야 하는 시스템이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또 발견한 단점은 영미/유럽권 영화가 아닌 영화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박찬욱 영화를 한편도 찾을 수 없었다!

각설하고, 최근 봤던 인상적인 작품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스위트 홈

이 작품은 웹툰 원작 드라마인데 이런 한국 드라마가 나오다니 새삼 놀랐다. 일단 괴물들이 나오는 sf물이라는 것부터가 한국 드라마에서 흔한 장르가 아니다. 보면서 계속 Stranger Things가 생각이 났는데 그 작품보다 스위트 홈의 괴물들이 더 인상적이다. 위기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나 주인공의 내적 발전에 대한 내러티브도 꽤 탄탄하다.

더 메뉴

이 영화는 한국에 있을 때 보고 싶었는데 애플 티비에 있길래 볼 수 있었다. 일단 총체적으로 말하면 레이프 파인즈 연기가 너무 진지해서 영화가 지나치게 무거워진 느낌이다. 사실 어떻게 연기하냐에 따라서 b급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마도 약간 고어한 면이 있어서 그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던 것 같다. 여태 본 영화들 중 장르가 애매하게 느껴졌던 영화.

타인은 지옥이다

이 드라마도 웹툰 원작 드라마이다. 넷플릭스에 예전에 있었는데 이제 없어서 애플티비에서 볼 수 있었다. 애플티비도 판권이 있는 건 아니고 cj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를 따로 가입해야 하는데 2주 무료라 일단 가입하고 스트리밍 시작했다.

요약하면 이 작품은 꽤 어둡고 고어하다. 드라마라 그런지 깊은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는 않는데 원작 웹툰에서 느꼈던 긴장감, 불쾌함, 초조함은 완벽하게 표현했다. 당시 웹툰 읽을 때 연재 중이라 챙겨서 읽지 않은 게 후회된다. 배우들 연기도 압권이었는데 특히 이동욱이 악역을 해서 신선했다. 코미디 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연기변신한 느낌!

마녀 배달부 키키

넷플릭스에 지브리 시리즈를 항상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웃집 토토로를 포함해서 몇 편을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89년에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사가 울림이 있었다. 제목과 포스터는 발랄한 세일러문 이야기 느낌인데 의외로 담담한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존재하는 어두움도 잘 표현해서 놀라웠다. 지브리 작품은 여러 가지 봤지만 이 작품을 보고 다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린 친구들에게 가진 따뜻한 시선이 어떤 건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외에 본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적는 걸로 해야겠다. 나머지 작품들 감상은 다음에 개별적으로 더 길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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