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생활에서 하루 5천보까지
시간이 어느덧 흐르고 병원에서 퇴원한지 벌써 한 달 하고 닷새가 지났다. 누워 있다가 일어날때 몸을 비틀어서 겨우 일어나고 우체국도 무서워서 겨우 다녀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4주차가 지난 지금은 매일 열심히 5천보 걷기에 열중하는 열혈 허리 관리러로 접어들었다.
퇴원 후 1-2주는 거의 누워 있었다
겨우 퇴원했지만 집에서 일어나고 걷는 게 힘들어서 찢어진 디스크를 우선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누워 있으려고 했다. 게다가 밀린 원고를 써야 했는데 앉을 수가 없어서 배 깔고 누워서 원고를 써야 했다. 이때는 서서 일하는 것도 무리였다. 이때부터 오로지 누워 있기 위해서 모든 잡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스마트기기에 더 도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전에 컴퓨터로 해야 속 시원했던 일들을 일체 스마트폰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편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메일 읽기나 문서 작성도 웬만한 복잡한 게 아닌 이상 스마트폰으로 처리했다. 생전 안쓰던 icloud Files로 이때부터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따 3주차즘에는 아이패드도 더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된 테크 생활은 다른 포스트에서 좀 더 상세하게 쓸 예정이다.
최대한 누워 있자! 라고 정하니깐 생활은 한결 단순했다. 음식은 최소한으로 먹거나 액체류 위주로 먹었는데 퇴원할 때 동료 마틴이 사준 주스와 프로틴 쉐이크가 충분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일어나서 살살 집안을 왔다 갔다 하는 연습을 했다. 물론 무리할 수 없기 때문에 누워서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이때 회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건 간단한 스트레칭 뿐이었다. 작은 동작이지만 도움이 되었다. 신전운동이라는 것인데 허리를 뒤로 젖혀서 디스크를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는 운동이다. 재활치료 영상에 자주 소개되는 동작이라 침대에서 틈틈이 했다.
이 기간 동안 외출은 쓰레기를 버리거나 빨래를 하는 경우 아니면 일절 하지 않았다. 걷는데 아직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딱 두 번 외출했는데 한 번은 택배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였고 2주 차 중간 즘에는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집 앞에 슈퍼마켓에 갔을 때였다. 이때만 해도 조마조마했다.
3주차: 드디어 대외활동에 도전하다
3주차 중간쯤에는 1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발표가 있었다. 1년 전에 약속한 만큼 빠질 수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지만 가기 위해서 허리뿐만 아니라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일단 걷거나 앉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3주 차 초반부터는 걷는 연습을 했다. 동네 한 바퀴 정도 걷는 게 목표였는데 3천보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허리벨트를 하고 걸으라는 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그렇게 시작했는데 벨트가 꼬리뼈를 자극해서 안 좋은 기분이 들어 안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단 정신력을 나름 키우고 발표장에 갔다. 가기 전에는 내가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오히려 발표 차례가 되니깐 앉아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더 신이 날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발표를 끝내고 내친김에 버스를 타고 귀가했는데 아주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무사히 귀가한 것을 스스로 축하하면서 그날 저녁은 피자로 때웠다. 전날의 스트레스로 피곤했는지 다음날은 계속 누워서 지냈다.
그렇게 퇴원 후 3주는 빠르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