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길바닥에서 응급실에 간 이야기
첫 글부터 아픈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쓰기 그렇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살면서 희귀한 경험이라 여러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브런치 첫 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허리가 아픈 건 특별한 일도 아니고 평소에 조금 우리하다 - 매트리스에서 일어날 때 좀 뻐근하다 정도였는데 결국 2023년 1월에 허리가 경직되는 일이 있었다. 경직되는 게 어떤 거냐 하면 허리에 유연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기분이고 굽힐 때 어마어마한 통증이 발생한다. 당시에 양말 신기 힘들고 허리를 틀기 어려운 정도였지 걸을 수는 있었다. 매우 조심하면서 천천히. 며칠 누워 있고 침도 맞고 그러고 나니깐 금방 나았다.
이러고 약 6주 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 가족들의 잔소리를 대충 들은 후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내가 속한 프로젝트가 연방정부 펀딩 프로젝트라서 독일에서 벗어나서 작업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미루지 않으려고 건강상 애로사항이 많았음에도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했다. 도착하고 첫 주 아파트를 정리하고 이케아에서 여러 물건도 사 오고 등등 집안일을 했는데 이때도 허리가 조금 아픈 정도였지 아주 아프지는 않았다. 무거운 걸 들고 집에 오는 경우 뻐근한 기분이었고 그럴 때마다 파스와 허리벨트에 의존했고 최대한 누워 있었다.
그러고 독일에 돌아온 지 1주일 된 그날 허리가 완전히 삐끗했다. 그것도 길에서.
원인은 웃기게도 재채기.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전 주에 너무나도 잘 쉬었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을 했다. 퇴근 직전에 재채기를 했는데 허리가 좀 충격을 받은 느낌은 받았지만 대수롭게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하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10분 동안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일단 걷는 게
아파서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작게 해서 걸어야 했고 버스 안에서는 앉아 있기도 힘들고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불편해서 짝다리로 서 있었다. 빨리 집에 가서 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내려 집으로 가려고 앞에 빨리 걸어가는 행인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걷던 그 순간
윗몸과 아랫몸이 분리되는 느낌이 들더니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앞으로 꼬꾸라져버렸다.
극심한 고통 때문에 일어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는데 그 모습을 본 행인들이 나를 일으켜 주려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움직여도 너무 아픈 기분이 들어서 일어날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19 불러주세요!라고 외친 뒤에 길바닥에 누워버렸다. 5분에 한 번씩 극심한 경련이 오면서 전기 쇼크 오듯이 통증이 오는데 너무 아파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이쯤 되니깐 사람들이 중상입은 줄 알고 나를 둘러싸는데 그중 한 분이 본인이 간호사고 응급대원 불렀으니 조금만 참으라고 하면서 손을 잡아주셨다. 나는 경련이 자꾸 와서 거의 울다시피 소리를 지르면서 응급대원 오면 진통제를 줄 수 없냐고 애원했다. 또 다른 분은 내가 머리를 다친 줄 알고 눈을 감지 말라고 깨어 있으라고 재촉하셨다.
응급대원이 오고 간호사 분이 이 분은 영어만 하세요!라고 알려주고 너무나도 유창한 영어를 하는 구조원 한 분이 다를 달래주면서 응급차에 나를 실었다. 이 와중에도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고 경련이 오는 중이어서 소리를 지르거나 무섭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음. 응급대원 분이 계속 달래주시면서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그렇게 무사히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간호사들이 수액 진통제를 달아줘도 계속 아파서 아프다고 엄청나게 호소하면서 세병인가를 맞으니깐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경련이 오기 때문에 그때마다 소리 아닌 소리를 질렀음.
그렇게 의사는 나를 입원시키기로 하고 나는 네 시간 후 입원실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