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고통은 통역이 안 되나요?
응급실에서 의사한테 아프다고 애원한 후 무사히 입원하게 되었다. 하도 아파서 일단은 침대도 안 바꾸고 응급실 침대에 실려온 그대로 꼼짝도 안 하고 진통제만 먹었다.
다음날 아침 조금 나아졌나 해서 옆으로 눕는 데 성공했고 이 김에 허리 부위에 마사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간호사를 불렀다. 근데 새벽 간호사랑 다르게 이 간호사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일단 마사지를 하려면 뜨거운 수건 같은 걸 가져와야 되는데 미적지근한 물주머니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놀랐지만 어쨌든 그걸로라도 해야지 하고는 허리에 갖다 대는 순간
지옥 같은 고통과 전기 쇼크가 오는 기분에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비틀었다. 문제는 비튼다고 나아지지 않았도 고통은 더 심해져서 비명만 질렀다.
일단 누군가 손을 잡으면 좀 나아지는 편이어서 소통이 안되던 간호사 손을 쥐어잡았다. 고개도 들기 어려운데 진통제도 그냥 알약으로 주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수액으로 달라고 하는데 알아듣는 건지 마는 건지 반응을 제대로 안 하고 가려고 하길래 더 2차로 열불이 나서 알아듣는 사람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떤 간호사가 오더니 소리치지 말라고 하면서 소리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는 게 아닌가? 나도 한 성격 하기 때문에 진통제나 내놓으라고 적반하장 격으로 소리쳤다. 그러더니 간호사가 말했다. We give you pain killer, so no shouting!!
그렇게 겨우 수액 진통제를 맞고 꼼짝도 못 하면서 전기 쇼크 같은 경련이 오고 가는 그런 둘째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때 나는 아직도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처럼 입고 왔던 코트를 깔고 눕고 있었고 신발도 그대로 신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일어날 수 있을까? 저녁이 되니깐 간호사들이 화장실을 가야 된다면서 재촉했다. 안 그래도 가고 싶었지만 꼼짝 못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죽어도 배뇨백은 달기 싫어서 내일 반드시 일어나서 화장실에 갈거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디스크 환자들에게 필수인 허리 벨트도 없고 파스도 없고 마사지도 못해주는 진통제만 주는 병원에서 해결책을 생각해야 했다. 여기가 독일이어서 이런건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었다.
저녁 7시. 나는 직장 동료 에밀리아에게 이메일로 도움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