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그림 속으로 들어가다 15

종해청조(宗海聽潮), 양천현아도(陽川縣衙圖)

by 빨간사과

- 물소리

집 뒤 궁산에 오르면

물소리보다 풀벌레 소리가 크게 들려요


풀벌레 소리가 스치는 한강 올림픽대로에서

낮이나 밤이나 자동차 소리가 울린 것처럼요

강화 바다를 건너온 갈매기는 날고요

옛 공암 나루터 옆으로 내려앉은 해오라기와

가끔 길 잃은 고양이와 들개가 다 된 시바견이 보이면

지금도 강의 물결을 하나둘씩 셀 수 있지요


강이 지나온 소리

갈대꽃이 피면 한강은 잠시 출렁일 뿐

자취를 감춘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고

물너울은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아요


여름이 지나 다시 비가 내리면

어디로 흘러가야 강의 물소리가 들리는지


- 종해청조(宗海聽潮)

( 종해청조29.2×23㎝, 간송미술관 소장 )

- 양천현아 궁산

양천향교 뒷산인 궁산을 오르면 사방은 거칠 것 없이 넓게 트여 있어 주변의 경치를 즐기기에 좋다.

한강의 물소리보다 자동차가 지나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자동차 소리보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궁산을 오르기 위해 숲을 걷다 보면 나무와 나뭇잎 사이, 풀잎과 풀꽃 옆을 지날 때 달콤하면서 그윽한 향기가 난다. 찔레꽃이며 아까시나무 꽃이 하얗게 핀 계절이면 꿀벌들이 모여들고 개복숭아 나뭇가지 부드러운 줄기에서 분홍 꽃이 피면 꽃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 여름이 오면 여름은 싱싱하다. 잎사귀는 더욱 무성하고 풍요롭고 푸르르며 그늘은 얼마나 시원하던지 초록으로 꽉 차있다. 그러다가 가을로 들어서면 몸통이 굵은 떡갈나무와 참나무는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단풍은 알록달록 곳곳을 물들인다.


산벚나무 생강나무 화살나무 상수리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철쭉 찔레꽃 조팝나무 목련 쥐똥나무 수수꽃다리 아그배나무 양버즘나무 물푸레 아까시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 팥배나무 팽나무 주목 전나무 감나무 고욤나무 편백 가죽나무 느티나무 대추나무 돌배나무 모과 모감주 개나리 누리장나무 밤나무 붉나무 산딸나무 박태기나무 싸리나무를 궁산에서 볼 수 있다.

( 양천현아지 )

종해청조(宗海聽潮)라는 그림의 제목은 양천현 종해헌에서 조수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종해헌(宗海軒)은 정선이 현령으로 재직 중인 양천현(陽川縣) 관아의 동헌(東軒) 이름이다. 양천현아가 궁산 아래 남쪽에 있고 옆으로 한강이 있어서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밀리지 않으려 밀물과 썰물 때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밀물이 강물을 제압하고 그 바닷물에 되밀려 오르는 강물의 함성이 우렁찼을 것이라 짐작될 뿐이다.

지금은 행주 하류에 신곡수중보를 만들어서 물길을 고의로 차단했기 때문에 조수 밀리는 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 속의 모래섬과 돛단배 대신에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공항철도 방화대교 가양대교와 아파트가 겹겹이 이어진다.

종해헌(宗海軒) 건물 안에 사람이 보인다. 누구인지 궁금하다.


- 화제시(畵題詩)

大哉滄海信(대재창해신)

크구나 너른 바다란 말 믿겠다

感槪坐潮歌(감개좌조가)

감개 어린 채 앉아서 조수 노래 듣는다

路阻朝宗後(노조조종후)

조종(朝宗) 길 막힌 후에

乾坤怒氣多(건곤노기다)

하늘과 땅 노기(怒氣)만 가득하다


한편 1797년 정조가 김포 장릉에 행차하면서 양천현아에 잠시 머물러 남긴 시가 홍재전서에 실려있다.


- 제양천관각(題陽川官閣)

江漢秋濤匹練橫(강한추도필연횡)

한강의 가을 파도는 누인 베를 펼친 듯한데

虹橋踏過萬蹄輕(홍교답과만제경)

홍교를 지나는 일만 말굽은 경쾌도 하여라

爲看四野黃雲色(위간사야황운색)

사방 들녘의 누런 벼이삭을 보기 위하여

一舍陽川少駐兵(일사양천소주병)

삼십 리 양천에 잠시 군사를 머물게 했네

( 홍재전서 고전번역원 DB )

( 홍재전서 고전번역원 DB )

- 양천현아도

겸재 정선이 65세인 1740년부터 70세인 1745년까지 현령으로 근무한 곳으로 그림은 겸재가 영조 16년(1740) 초가을 양천현령으로 부임할 당시 양천현 관아의 모습이다. 중앙에는 현청인 종해헌, 동쪽은 객사인 파릉관, 북쪽은 향교가 있다. 종해헌 남쪽은 아전들이 있는 길청, 향청의 동쪽에는 강교청, 그 앞의 좌우에 창고가 있다.

양천읍지에 동헌 종해헌이 서북쪽에 앉아서 동남쪽을 바라본다라고 기록돼 있어 양천현아는 동남향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 상단에는 천금물전(千金勿傳: 천금이라도 넘기지 마라)이라는 도장 옆으로 화제(畫題)가 쓰여 있다. 이것은 사천 이병연이 겸재에게 보낸 전별시의 첫 구절이다.

莫謂陽川落(막위양천락)

양천에 떨어져 있다 말하지 말게

陽川興有餘(양천흥유여)

양천에 흥이 넘칠 터이니


양천현아터에서 앞을 바라보면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는데 지금은 서울식물원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 양천현아도26.7×29.1㎝, 간송미술관 소장 )




<참고자료>

겸재정선미술과

고전번역원 DB

간송미술관

http://www.daum.net에서


작가의 이전글겸재 정선, 그림 속으로 들어가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