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전도(金剛全圖)
자동차를 운전한다
바퀴가 구르고
구름이 흐르고
파도 소리 들리고
강원도 고성군 민통선
시간의 침묵처럼 달려온 건봉사
솔잎은 어깨를 스치더라
바람결은 꽃잎을 흔들더라
눈부시게 맑은 하늘이라
이 길을 걸으면 모든 길을 갈 수 있다는
불이문 앞에 내가 와 있다
정○○씨 :
멀리 있는 바위를 그리면서 멀리 있는 골짜기를 그려놓고 멀리 있는 물과 구름을 어렴풋이 그리고 장안사 정양사 보덕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 눈에 보이는 대로 우리의 자연을 그렸습니다. 구름이 피어오르는 만 개의 봉우리와 햇살이 비치는 만 갈래의 골짜기가 정말 찬란하게 빛납니다.
이○○씨 :
금강산이 태극 문양처럼 보여요. 태극처럼요. 흙으로 된 산과 뾰족뾰족한 바위산이 멋있어요. 산수화인데 만 이천 봉우리 하나하나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드론을 조정하면서 금강산 하늘 위에 떠서 내려다보는 것 같고요. 바위와 물줄기가 시원스럽고 언젠가는 금강산에 가서 그림 속 풍경을 실제와 비교해 보고 싶어요. 겸재 정선이 우리의 금강산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그린 금강전도는 실제 풍경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연이 주는 감동을 대담하게 옮겼어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진경산수화지요.
박○○씨 :
겸재는 금강산을 그리면서 옛사람의 그림을 근본으로 삼기보다 우리의 산수를 근본으로 삼아 자연을 즐기면서 해와 달과 산과 강을 관찰하였습니다. 원형의 구도로 그려진 그림 왼편에는 흙산을 3분의 1로 배치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오른편에 바위산을 그려 넣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독특한 구성이지요. 정선의 시선은 하늘을 보고, 하늘은 산을 보고, 산은 바위를 보고, 바위는 흙을 보고, 흙은 자연을 본 것인데 원형의 구도가 마음을 감싸고돌면서 내 마음을 점점 더 깊어지게 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 애는 이 그림을 보더니 냄비에 라면을 끓이면서 수프를 넣고 젓지 않은 것 같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들은 큰애는 라면을 끓여서 와플 기계에다 찍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미술학자 :
드론으로 촬영하듯 부감형식(俯瞰形式)의 원형 구도로 그렸는데 겹겹이 쌓인 산의 주름질 표현으로 골짜기에서 자연의 깊이감과 깊숙한 공간감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서 우뚝 솟은 바위나 산의 형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것처럼 세로선을 많이 써서 웅대한 느낌을 주고요.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광활하면서 넓고 아득한 느낌도 있지요. 참으로 알게 모르게 다양한 시점을 적용한 그림이에요.
미술평론가 :
화가 겸재 정선은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찬사와 존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친 진경산수화를 개척하고 그것을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서촌 인왕산 아래에 살면서 먹을 갈고 먹을 쓰는데 그 방법을 깨쳤으며 금강산과 여러 빼어난 경치를 유람하여 산과 물의 형태를 익혔습니다 그것의 결정체가 금강전도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이의 눈과 가슴과 마음을 압도하는 최고의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씨 :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부감(俯瞰)한 듯 일만 이천 봉우리들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고 날카로운 바위와 부드러운 흙산을 둥글게 담아내어 점과 선, 수직과 수평, 흑백, 명암이 조화를 이룬 것이 정말 멋있어요. 장편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웅장하면서 대담하게 흐르는 필법이지만 세밀하게 작은 것까지 충실하게 묘사한 것을 우리가 살필 줄 안다면 금강전도를 감상하는 방법의 하나일 것입니다.
관아재 조영석 :
겸재정동추애사 기묘오월,
정공의 휘는 선이요 자는 원백이요 스스로 호를 겸재라 하였고 광산인입니다. 어려서부터 한양 북쪽 마을 순화방 백악산 아래에 살았으니 나 역시 대대로 순화방에 살았답니다. 공보다 열 살이 적으니 내가 죽마를 탈 때에 공은 이미 관례를 치른 엄연한 어른이었지요. 그런고로 항상 공경하여 너니 나니 하는 낮은말은 쓰지 않았습니다. 공은 그림으로써 세상에 이름을 날리었고 나 역시 지나칠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고 대략 그 깊은 삼매를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공은 나날이 정진하여 화육요(畵六要)와 화육법(畵六法)을 익히고 정밀하게 이해하지 않음이 없었지요. 대개 우리나라의 화가들은 이것들을 아는 사람은 없지요. 공은 옛 그림을 널리 보고 공부 또한 열심히 하여 앞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많이 알아냈다오. 이런 까닭에 이름이 날로 무거워지고 비단도 날로 쌓여서 쉴 틈이 없었습니다.
謙齋鄭同樞哀辭 己卯五月
鄭公諱歚字元伯。自號謙齋。光山人。自少居于漢師之北里順化坊白岳山下。余亦世居順化坊。少公十歲。余竹馬時。公已儼然冠者。故常敬之。未甞爾汝焉。公以畫名於世。余亦癖好畫。略解三昧。然余則不爲從事。而公則日益精熟。六要六法。無不精解。盖我東畫者。未有識此者。至公博覽古畫。工夫且篤。多出前人所未解者。是故名日益重。縑素日益積而不自暇。則又學倪雲林,米南宮,董華亭。用大渾點爲應猝之法。世之學畫者。( 관아재고 고전번역원 DB )
사천 이병연 :
겸재는 눈으로 본 것을 가슴에 담아 화폭에 옮겼지요. 화면 밖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 그렸다는 것입니다. 내 그를 위해 시 한 편을 지었으니 읽어보오.
증원백(贈元伯)
蒼蒼筆力入關東 (창창필력입관동)
빛나는 필력 갖추고 관동에 왔건만
雲水微茫百紙空 (운수미망백지공)
구름과 계곡은 아득하여 종이는 비었네
醉墨不收騎馬去 (취묵불수기마거)
술 취한 화가는 거둔 것 없이 말 타고 갔으나
海山眞本在胷中 (해산진본재흉중)
바다와 산의 참모습은 가슴속에 있으리
( 사천시초, 고전번역원 DB )
萬二千峰皆骨山(만이천봉개골산)
만 이천 봉 개골산을
何人用意寫眞顔(하인용의사진안)
어느 누가 뜻을 써서 참모습을 그려내겠는가
衆香浮動扶桑外(중향부동부상외)
뭇 향기는 동쪽 바다 너머에 떠다니고
積氣雄蟠世界間(적기웅반세계간)
쌓인 기운은 온 누리에 크게 서렸네
幾朶芙蓉揚素彩(기타부용양소채)
몇 송이 부용을 흔드니 흰빛을 날리고
半林松栢隱玄關(반림송백은현관)
반쯤 되는 소나무 잣나무 숲이 현관을 가려
縱令脚踏須今遍(종령각답수금편)
설령 발로 밟고 두루 다닌다 한들
설령 내 발로 직접 밟으며 두루 다닌다 한들
爭似枕邊看不慳(쟁사침변간불간)
그 어찌 머리맡에 두고 아낌없이 보는 것에 비기랴
甲寅冬題(갑인동제)
갑인년(1734) 겨울에 적다
참고
겸재정선미술관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고전번역원
화인열전 1(유홍준)